7월 미호천의 범람으로 많은 분들이 희생 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참 가슴 아프고 안타깝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뉴스에서 나오는 내 고향 미호천을 다시 떠올려본다. 고향의 강 미호천! 단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이 지금도 내 마음에 여전히 쉬지 않고 흐르는 강.
나는 충북 진천군에서도 경치가 아름답기로 널리 알려진 미호천이 지나가는 강마을에서 태어났다
물길이 휘감고 돌아가는 강 허리에는 넓고 큰 하얀 백사장이 있고 물이 산기슭을 흐르다 맴도는 이슴소 바위 밑에는 굴이 뚫려있어 그곳에서 사람이 빠지면 굴로 빨려들어가 청주 무심천에서나 시체를 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는 곳. 맑고 깨끗한 물에는 살찐 잉어 붕어 메기들은 물론 수많은 민물고기들의 집이었고놀이터였으며, 강기슭 모래톱에는 노랑조개, 강바닥에는 손바닥만한 말조개와 올갱이가 지천이었다.
내가 살던 어릴적에는 강물이 깨끗해서 강물을 떠다 바로 식수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하얀 백로들은 등잔바위 소나무에 한폭의 동양화처럼 언제나 고고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 여름 장마철이면 불어난 물이 벌겋고 사나운 흙탕물로 변해 사람 시체는 물론 동물들의 사체들과 꿀꺽꿀꺽 무작위로 삼켜버린 집들을 부셔서 다시 토해낸 쓰레기들까지 뒤섞여 콱콱 무서운 소리를 질러가며 아래 청주쪽으로 세차게 내달리곤했다.
2018년, 30여년만에 다시 고향을 찾아갔다. 그러나 늘 내 마음에 그립고 아련한 서정시로 남아있는 미호천은 사라져버리고 그 모습조차도 추하게 늙어 있었다.
가끔 고향을 찾는 형제들을 통해 예전의 강이 아니라는 말은 들었지만 내가 직접 본 마을 앞 미호천은 강폭도 좁아지고 무엇보다 물의 흐름이 잘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물의 상류 공장들이 내버린 폐수에 강물이 오염되어 수영은 할 수도 없고 웅덩이 곳곳 고여있는 물에서는 악취가 나고 폐수에서 나온 거품 밑으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밤이면 별들을 한 가득 쓸어 담았던 백사장은 물이 멍텅구리가 되어 본척 만척 하는 사이 억새풀들이 야금야금 점령하여 그 멋진 모래사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강 건너에는 짓다만 기도원 건물이 흉물이 되어 시멘트 기둥만 뻗치고 있었다.
한국에서 살 당시 가족과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려고 자랑삼아 놀러 왔던 곳, 내가 살던 어린날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들려주었던 그 아름다운 고향의 강산은 다른 얼굴로 성형되어 있었다.
은빛 달빛에 반짝이며 물방울 음표를 하늘가에 띄워 올리던 미호천, 거룻배가 지나갈때면 넓고 깊은 물에 마음껏 노를 젓게 하던 어머니 품 속 같던 강.
나는 그후로는 누구에게도 강의 안부를 물어보지 않는다.
다시 예전처럼 백사장 무대에 서고 싶다. 물소리 반주에 맞춰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부르면 강바람과 갈대, 앞산의 나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예전처럼 큰 박수를 쳐줄 것만 같다.
이제는 고기들도 공장에서 흘러나온 독성 때문에 살수가 없어 모두 죽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는데...
젊고 건강하여 힘있게 흐르던 미호천, 고기들을 품어주고 살찌우게 하던 그 강이 아프다고 쫄쫄 신음을하며 속울음을 삼킨다
다만 고향에서 변하지 않은것은 마을의 뒷산과 강 건너 앞산을 한가로이 넘나다니는 하늘의 구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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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실,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