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화해·용서와 치유의 아름다움 그려

2023-07-21 (금) 박흥진 편집위원
작게 크게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기적 클럽’(The Miracle Club) ★★★½ (5개 만점)

▶ 영혼 성장에 사뿐하고 흡인력 높아‥ 정신 고양과 가슴 훈훈하게 만들어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화해·용서와 치유의 아름다움 그려

성지 루어드를 방문하고 돌아온 아내 릴리(가운데)를 남편이 반갑게 맞고 있다. 왼쪽은 크리시

새롭고 특별한 것은 없으나 인간을 서로 연결하는 고리의 중요성과 함께 화해와 용서와 치유의 아름다움을 곱고 차분하게 그린 복고풍의 소품이다. 어떻게 보면 믿음의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내용이 특히 가톨릭신자들에게 어필할 작품이다. 영혼의 성장에 관한 사뿐하고 흡인력이 있는 영화여서 보는 사람의 정신을 고양시켜주면서 아울러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영화는 여자들이 주인공들로 세 명의 연기파들의 연기 하나만 보기 위해서라도 찾아가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베테런들인 매기 스미스와 케이트 베이츠 그리고 로라 린니의 연기가 아주 자연스럽고 사실적이어서 다소 가벼운 영화에 무게를 주고 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다.

1967년 아일랜드 더블린 인근의 작은 서민 마을 밸리가. 이 마을에 사는 각기 세대가 다른 세 명의 여자들이 소개 된다.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릴리(스미스)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오래 전에 아들을 바다에 잃은 슬픔과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릴리는 한쪽 다리가 불편해 고통하고 있다. 중년의 아일린(베이츠)은 활달한 성격의 여자이지만 유방암 진단을 받아 걱정이 크다. 아일린의 남편은 착한 배관공(스티븐 레이). 셋 중 가장 젊은 달리(애그네스 오케이시)는 성질이 급하나 자기를 사랑하는 남편과 여섯 살 난 아들과 다정하게 살고 있는데 아들이 말을 못해 수심에 차 있다.


이 셋이 마을 성당에서 주최하는 재능경연대회에 나가기 위해 야한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제스처를 써가면서 히트송 ‘히즈 소 화인’을 부른다. 일등상은 1858년에 성모 마리아가 현신했다는 프랑스의 루어드 성지 방문. 그러나 릴리 삼인조는 이등에 그쳐 베이컨 덩어리를 부상으로 받는다. 그런데 기적이랄까 일등을 한 소년의 가족이 루어드 방문 상을 릴리에게 준다. 셋이 다 영적으로나 육적으로나 치유할 것들이 있어 기적이 일어난 루어드 방문으로 이를 치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 같은 마을에 살다가 40년 전에 비밀을 간직한 채 훌쩍 미국으로 떠나갔던 크리시(린니)가 모친 장례식에 참석차 마을에 찾아온다. 그런데 크리시를 대하는 릴리와 아일린의 표정이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아일린은 자기의 절친한 친구였던 크리시가 말 한마디 안하고 떠난 것이 야속하고 릴리는 크리시가 자기 친구인 크리시의 어머니에게 그 동안 아무 연락도 안 한 것이 야속하다. 릴리에게는 이 밖에도 또 다른 어두운 사연이 있다.

그리고 크리시는 릴리등 삼인조의 루어드 여행에 동참한다. 나름대로 기적과 함께 새 출발을 하려고 떠난 이 여행의 과정에서 이들이 안으로 간직한 비밀과 어두운 면이 서서히 밝혀지고 이들이 바라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기적 대신에 삶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힘을 찾게 된다. 이들을 이끌고 루어드에 간 더모트 신부(마크 오핼로란)가 이렇게 말한다. “루어드에는 기적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때 계속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찾아오는 것이다”라고. 세 주인공 외에 신인인 오케이시도 연기를 잘 한다. 타데어스 오브라이언 감독. 관람 등급 PG-13.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