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누구에게나 삶의 무게가 있다

2023-07-06 (목) 조태자 엘리콧시티, MD
크게 작게
한국과 일본은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데에 왜 그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일까?

일본은 16세기 포르투칼 선교사들이 일본에 입성하여 기독교를 전파하기 시작했고 조선 보다는 훨씬 앞선 시간이었다.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일본은 전체 인구의 1%만이 기독교인이고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만방으로 선교사를 파견하는 명실공히 아시아에서 기독교 선교가 가장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일본의 1%라는 지극히 저조한 수의 기독교인 가운데 엔도 슈사쿠라는 위대한 작가가 탄생한 것이다.


‘깊은 강’의 저자 엔도 슈사쿠는 2차 대전 당시 만주 다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이후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와서 10세때 카톨릭 세례를 받는다.
엔도 작가는 일본을 넘어 미국, 유럽 등에서 유수한 문학상을 많이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여러 번 오른 작가이다. 대부분의 그의 작품들은 기독교적인 사랑과 용서와 희생이 주제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깊은 강’은 엔도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며 동양과 서양, 강자와 약자, 선과 악,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며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네 사람이 인생 전반에 걸쳐 죄책감과 상실감과 내면의 깊은 상처들을 가지고 인도의 바라바시로 단체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첫번째 ‘이소베’는 평범하게 살아온 가장이었지만 아내가 고통스러운 암 투병 끝에 숨을 거두면서 아내는 반드시 환생 할 것이니 자기를 꼭 찾아 오라고 한다. 이후 이소베는 자신이 얼마나 에고이스트 인가를 깨닫고 아내에 대한 사무치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 ‘누마다’는 어릴 때 만주에서 살면서 부모의 극심한 반대에도 떠돌이 개를 키우게 되는데 하지만 누마다가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키우던 개는 또다시 떠돌이 개가 되어 버린다. 누마다가 그곳을 떠날 때 끝까지 자기를 따라오면서 짖어대는 개의 눈망울을 잊지 못하고 그 때의 악몽은 평생 그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며 결국 동화 작가가 된다.
세번째 ‘기구치’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군인으로 미얀마 정글에서 군미식량 보급로가 끊기면서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대부분의 군인들이 아사해 버린다.

살아 남기 위해 죽은 동료의 인육까지 먹어야 했던 처참한 상황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살아 가다가 죽은 동료의 가족을 만나고 평생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린다 기구치는 언젠가 죽은 동료를 애도하며 한번 더 미얀마나 인도로 가는 것이 그의 소원이다.

네번째 미쓰꼬는 발랄하고 예쁜 미모의 소유자로 대학시절 언제나 혼자였고 언제나 손해 보는 짓만 하는 실패한 인생을 사는 것 같은 ‘오쓰’를 그저 장난으로 유혹했다가 버린 기억이 있다. 그후 오쓰는 프랑스의 신학교에 유학해 신부가 되려고 하였지만 구두시험에서 좌절 하고 인도의 수도원에 가게 되며 미쓰꼬는 행복하지 못한 결혼으로 이혼하고 인도의 수도원에 있는 오쓰를 찾아 간다. 결국 갠지스 강가에서 만난 오쓰는 가난하고 비참한 죽음 직전의 힌두교 신자들을 등에 업어 화장터로 데려다 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화장터로 가기 직전에 사진 찍히는 것을 힌두교인들에게는 대단한 모욕인데 여행중인 일본인 한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다가 순식간에 모든 힌두교인들이 폭도로 바뀌면서 그 와중에 오쓰는 그만 목이 꺾이면서 위독한 상태가 된다. 그는 독백 하기를 “됐어, 나의 인생은 여기까지야…나는 이제 가도 돼” 하면서 영원히 눈을 감아 버린다.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있고 그들만의 비밀이 있고 누구에게나 삶의 무게가 있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그들은 저마다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
인도로 간 것이다. 불가촉 천민 부터 인디라 간디 수상 까지 신분과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을 품은 어머니강 갠지스에서 진정한 안식을 얻는 힌두교인들을 보면서 그들 네명은 깊은 상념에 빠진다. 미쓰꼬는 신부가된 오쓰에게 일본인이 왜 서양종교인 기독교를 믿는가? 라고 반문 한다. 엔도 작가는 일본인의 심정으로 기독교 배척에 고뇌하고 슬퍼하는 내면의 아픔을 그대로 이책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엔도 작가의 유언대로 그의 마지막 작품인 “ 깊은강 “ 과 ‘침묵” 은 그의 관에 넣어 졌으며 그의 비문에는 “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르름니다’ 라고 새겨져 있다.

<조태자 엘리콧시티, 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