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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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삶

2023-07-04 (화) 한태일 목사/ 가든교회, M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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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강원희 의사 선교사가 89세로 소천하였다. 1961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고인은 1970년 강원도 무의촌에 병원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은혜의 빚더미 위에 살고 있고, 조금이라도 갚으며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1976년 한경직 목사가 속초를 방문해 찾아가서 선교사로 가고 싶다고 하니 네팔을 권했다. 간호사 출신인 아내 최화순 권사가 ‘우리도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살 수 없느냐’고 했지만, 그는 ‘꼬리도 머리도 아닌 인생의 가운데 토막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고 아내를 설득했다. 1982년 네팔로 건너가 약 40년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펼쳤다. 48세 늦은 나이로 해외 선교에 나섰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봉사에 헌신했다.

당시 네팔은 공산당이 득세했고, 서점에는 김일성 책이 다수였다. 현지 청년들은 남한에서 왔다는 그에게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 주말 산동네를 찾아다니며 병자들을 고쳤다. 아이 출산부터 중환자 수술까지 거의 모든 환자를 돌봤다. 먼 곳에 갈 땐 하루 열대여섯 시간 걸을 때도 있었다. 그러자 ‘이상하게 Dr. 강이 치료하면 염증도 안 생기고 잘 낫는다’고 하자, 그는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때로 자신의 피를 수혈해 중환자를 살려내고 환자가 퇴원하면 식료품을 사들고 집에까지 찾아가는 열정으로 현지인들은 그를 ‘히말라야의 슈바이처’로 불렀다.

한편, 지난 6월 16일 흉부외과 의사 주석중 집사가 서울 아산병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도 연세대 의대를 거쳐 세브란스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하고,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다가 2005년에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하버드대학교 부속 버밍엄 여성병원 심장외과 전임으로도 일했다. 70세가 넘은 그가 응급환자가 생기면 급하게 가야 하기에 병원 가까이에 살면서, 그날도 수술 후에 집에 돌아와 잠깐 잠을 자고 다시 병원으로 향하다가 사고가 났다. 그는 ‘제가 환자의 치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것은 모두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하며, “개인적인 일이 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지만 지금의 삶이 늘 고맙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장례식장에서 동료들이 안타까워하면서 ‘전날에도 응급수술을 하면서 해맑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많은 사람을 살리고 더 살리셔야 했던 분인데’라고 하며, 병원에서도 살아있는 예수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 훨씬 이전에 장기려 박사가 있다.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일본 나고야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고 평양의과대학, 김일성 종합대학의 외과 교수를 지내다가 김일성의 맹장염을 수술해주었다는 소문으로 그의 명성은 북에서도 높아서, 공산주의 국가에서 그에게는 교회에도 가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특권도 주어졌다고 한다. 6.25 한국전쟁 후 월남하여 부산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설립하여, 초대 원장을 지냈다. 한번은 그의 집에 도둑이 들어 가져갈 것이 별로 없어서 책들을 가져가려 하자, ‘그건 돈이 안되는 것이니 놔두시게. 대신 내가 돈을 주겠네’하면서 돈을 줘서 보냈다고 한다. 또, 입원비가 없는 환자에게 밤중에 몰래 병원문을 열어주어 그냥 가게 했다고 한다. 혹은 가난한 환자에게는 닭 두 마리 값을 내주라고 했다고 한다. 집 한칸 없이 병원 옥탑방에 살며 소외된 의사들을 살폈던 바보 의사라고 불렸었다.

모두들 울림이 있는, 감동을 주는 인생을 살았던 성도들이었다. 예수님의 향기를 품어내는 삶이었다. 비록 세상 사람들 눈에 바보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들의 눈에는 진짜 믿음의 영웅들이다.

비록 우리는 그런 숭고한 삶을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주위에 작은 울림을, 감동을 주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작은 희생이라도 서슴지 않는 헌신의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작은 불꽃이 어두움을 비추듯이, 소량의 소금이 짠맛을 내듯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하나님이 다 알고 계시기에 흔들리거나 낙심하지 말고 인내하며 끝까지 달려가야 하겠다. 우리 주위에 예수님을 닮아 그런 멋진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있었고, 지금 천국에서 우리를 응원하고 있기에 힘을 내자. 아니 지금도 드러나지 않지만 예수님을 바라보고 그런 믿음의 삶을 살고 있는 형제, 자매들이 분명히 있기에 힘을 다할 수 있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저는 그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2:2).

<한태일 목사/ 가든교회, M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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