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아동권리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장애인권리협약’ 등 5개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한 당사국이다. 북한도 사회주의헌법, 형사소송법, 인민보안단속법에서 인권을 존중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법률에 명시된 것처럼 북한주민들은 인권을 적절하게 향유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이탈주민의 증언 등을 근거로 국제사회는 북한 내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지속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 내 인권 상황이 열악한 것은 인권문제를 체제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북한당국의 본질적 인식에서 연유한다. 최근 체제안보적 관점에서 인권을 바라보는 북한의 인식이 드러나는 중요한 흐름이 발견된다.
사회주의 제도·문화의 유지라는 명분아래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 외부정보에 대한 접근을 강력하게 통제하려는 일련의 법률이 제정되었다. 표현의 자유, 정보접근권,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조치로 외부세계로 향하는 북한주민의 눈을 차단하여 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당국의 체제안보적 인식이 강화되면서 이동·여행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자의적이고 초법적 처형 등 생명권도 침해당하고 있다.
일부 완화되고 있지만 성분에 기반한 차별정책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대북제재, 봉쇄를 통한 코로나19 방역정책, 자연재해의 3중고로 인해 북한주민들의 식량권과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특히 장마당 등을 통해 자체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계층별 삶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다만 체제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경우 북한은 자신들의 친인권적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 아래 나름대로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장애자보호법, 여성권리보장법, 아동권리보장법, 연로자보호법을 제정하는 등 취약계층의 인권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의 일환으로 ‘구타행위방지법’(2021년)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북한 내 열악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 개별국가, 인권NGO 등 국제사회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먼저 북한 내 대규모 인권유린행위에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한 처벌을 포함하는 ‘책임규명’(accountability) 등 강력한 압박(pressure)을 통해 북한당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 영국 등 개별국가 차원에서 인권유린을 명분으로 북한 내 개인과 단체를 제재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러한 압박전략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사회주의 체제 및 정권을 전복하려는 정치적 음모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하여 왔다.
그렇지만 이러한 압박전략에 대해 거부 일변도로 대응하는데 부담을 느껴 체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 수준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인권문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 조약기구(treaty-based bodies)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 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세밀한 개선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인권 친화적 정책을 수용하도록 북한당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접촉면을 확대하도록 관여(engagement) 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권리 신장을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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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