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기본 뼈대가 되는 동양의 철학은 서양의 철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서양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선악론’과 같은 이원론적인 세계관에 그 근간을 두고 있는데, 이 이원론적인 세계관에서는 어떤 사물, 대상의 가치가 그 자체의 근간에 내재해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눈으로 바라본 대상은 그 대상 자체로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 이런 식으로 구분되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대상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나의 입장과 상태’는 철저하게 배제된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좋은 것’보다 중요한 ‘나에게 좋은 것’에 대한 이해
반면, 동양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음양론’은 서양의 선악론과는 그 사고방식에 있어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데 어떤 사물의 근본을 둘로 나누는 이원론보다는, 그 본질에 일원론에 가깝다. 음양론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근원은 같기에 어떤 것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때 그 대상만 분석해서는 판단을 내릴 수가 없고, 반드시 나와 그 사물과의 관계 설정에 의해서만 그 사물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가 가능해진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유용성은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닌 나의 ‘필요’ 혹은 ‘상태’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어떤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이 내 ‘밖’이 아닌 내 ‘안’에 존재하게 된다. 좋은 배우자의 기준은 지금 나의 필요에 따라 결정되고, 좋은 음식은 지금 내 몸의 상태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게 되는 것이 동양적 세계관에서 통용되는 기준인 것이다.
하루 세끼의 식사를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나를 살찌고 아프게 만든다
그러니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좋은 수퍼푸드나 누구의 건강에나 큰 도움이 되는 최고의 운동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현대인의 모습은, 한의사의 관점에서 불필요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비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심지어는 하루 세끼만 딱 챙겨먹어야 건강하다는 상식에 가까운 속설조차 한의학의 관점에서는 매우 잘못되었고 위험하다.
아직 성장기에 있고, 활동량이 많아 어마 어마한 에너지량이 필요한 청소년기엔, 당연히 우유나 고기같은 고열량, 고단백 식품이 필요하다. 물론 위장의 용량 문제로 인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으니 간식 포함 하루에 적어도 4번에서 6번씩은 먹어줘야만 아이들은 신체의 필요를 충당할 수 있다. 당연히 많이 먹고 많이 쓴 만큼 나오는 부산물을 배출하기 위해, 대변도 하루에 두세 번씩은 가야 한다. 이것이 어린아이에게 좋은 식단이고, 식습관이며, 건강한 배변 활동의 대략적인 기준이 된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갈 때 우리 신체는 더 이상 성장을 위한 에너지도,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도 예전처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니 중년을 넘어선 이후에는 예전처럼 고열량, 고단백의 식품을 찾기 보다는 여러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으면서도 주로 담백한 ‘채소나 ‘과일’ 위주의 식단으로 간식까지 포함해 하루 2-3번 정도만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으면 충분하다.
다른 사람의 약이 내게는 독이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
이처럼 다른 사람의 약이 내게는 독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되는 음식들에 내게는 약이 된다. 어렸을 때는 먹을 때마다 속이 불편했던 음식들이 나이가 들수록 자꾸 생각이 나고, 오랜만에 먹어보니 이번에는 몸이 가뿐해지고 좋은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종종 겪는 이러한 현상들에 더 이상은 의아함을 품지 말자. 어떤 이유로는 내가 변하면 좋은 음식도 변하는 것이 바로 한의학적인 상식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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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