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김동진 작곡 ‘조국찬가’ 노랫말 중에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오곡백과 풍성한 금수강산 옥토낙원…길이 빛내리라”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금수강산에 거대한 자본을 가진 외국의 체리 피커(Cherry Picker)가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급속히 옥토낙원이 휑하고 오곡백과가 부족하고 모자라게 되었다. 배달민족이 매일 먹는 식탁의 60%는 다국적 공룡기업과 관련된 식료품으로 차려지고 있다. 쌀밥, 고기 반찬, 각종 나물로 매끼 먹고 있는 식사는 한국땅에서 재배한 ‘신토불이' 밥상이 아니다. 한국의 해외식량 의존도는 OECD 국가 중 1위이다.
‘ABCD Food Companies’는 국제 곡물 시장을 장악한 4대 메이저 공룡기업으로서, 대규모 곡물 유통업자들이다. 짧게는 100년에서 길게는 2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4대 공룡 기업이 글로벌 곡물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여 국제 곡물가격과 세계인의 식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산 정약용은 농부아사침궐종자(農夫餓死枕厥種子)라고 했다. 농부는 아무리 배가 고파 굶어 죽을지언정 농사를 위해 종자는 남겨둔다는 뜻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씨앗을 남겨놓는 우리 조상들의 DNA가 우리 몸속에는 남아있었다.
그런데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한국종자산업은 대부분의 종자주권을 상실했다. 한국 상위 5대 종자회사 중 4개 회사가 외국 기업으로 팔려나갔다. 글로벌 종자기업이 세계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곡물은 물론 농작물 씨앗도 더 이상 신토불이가 아니다. 우리에게 인기있는 청양고추도 1997년 외환위기 때 중앙종묘가 미국 몬산토회사(Monsanto Company)에 매각되어 미국 종자가 되었다. 우리는 그 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청양고추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농업강국인 미국에서도 채소 등 모든 농작물 가격이 급등하였으나 다시 내려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에 의하여 농작물 생산은 점점 감소하고 수요는 증가하여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나타나 우리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계란 가격이 3배 폭등하여 에그플레이션(Eggflation) 현상까지 나타나 민초들의 생활을 더 힘들게 한다.
이러한 현실만 감안하더라도 먹거리의 중요성과 텃밭의 중요성이 더욱 느껴진다. 독성이 강한 화공약품을 사용하면서 잔디만 가꿀 게 아니라 친환경 천연 텃밭으로 개간하여 무공해 채소를 가꾸면서 환경보호도 하겠다는 의지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텃밭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어 천연식품을 식탁에 올리므로써 건강에 유해한 가공식품과 불량식품을 추방할 수 있다. 텃밭에서 직접 채종한 씨앗으로 한국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농사는 외국 회사에 로얄티를 지불하지 않고 애국하는 길이며, 생태계까지 지키는 이점이 있다.
건강에 유해한 가공식품의 범람 때문에 텃밭 가꾸기는 많은 현대인들의 로망이다. 자투리 터를 이용하여 텃밭을 만들기도 하고, 도회인들은 베란다나 옥상을 이용하여 텃밭을 만들기도 한다. 귀찮은 농사가 아니라 즐겁고 슬기로운 농사가 되고 있다. 참살이(Wellness) 바람을 타고 텃밭을 이용해 직접 채소를 길러 보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집 안팎의 공간을 활용하여 작은 텃밭을 만들어 온 가족이 함께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키우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싱싱한 무공해 채소와 과일을 직접 따서 먹는 소소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원하고 필요한 씨앗과 모종을 직접 심고 키워서 식탁 위에 올라올 때까지의 과정을 함께 관찰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 텃밭의 무공해 농작물은 건강한 식사에 도움이 되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도, 비가 내리고 싹이 트는 우수도 지났다. 겨울이 가고 씨 뿌리는 봄이 문 앞에 있다. 겨우내 얼어있던 텃밭을 정리하고 새롭게 단장해야 할 시기이다. 건강도 챙기고, 생태계도 지키고, 애국도 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 Three birds with one stone)의 효과가 있는 텃밭 농사가 널리 장려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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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