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물품을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행위를 ‘저장강박’, ‘저장장애’ (Hoader Disorder) 라고 부른다. ‘수집’이란 말과 ‘저장장애’란 단어엔 큰 의미의 차이가 있다. 나름대로 질서있게 정리한 후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수집이고, 아무렇게나 쌓아 놓고 꺼낼 수도, 찾을 수도, 활용할 수도 없는 상태라면 장애라고 말한다.
199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신질환 분류체계 DSM-5 에서, 저장장애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불필요한 물건을 없애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뜻 나눠주지 못하는 ‘강박적 저장’을 말하고, 둘째는, 너무 많은 물품을 구입할 뿐만아니라, 무료로 제공하는 물품 또한 과도하게 모아두는 ‘강박적 수집’을 말한다. 실수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 만일 잃었거나, 버렸다가 나중에 필요하면 어떡하나. 불안감이 잠재돼 있다고 행동상담심리학 교수들은 말한다.
미국민 중 2-6 %가 심각한 저장장애를 갖고 있고, 저장강박이 특별히 강화되는 연령은 중장년인 55세부터-94세 노인층이, 젊은층 보다 세 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수집이든 저장이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저장강박이 심해지면 주거지역, 혹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내부에까지 차마 버리지 못한 애물단지들과 불편한 동거를 위험하게 지속하게 된다.
일본인 곤도 마리에(近藤 麻理惠, Marie Kondo), 그녀가 저술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란 책은 600만권이 팔렸다. 책에서 그녀는, 과도하게, 어지럽게, 불필요하게 쌓여있는 모든 물품들을 보관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는 쉬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묵은 체증처럼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저장강박의 무거움을 깨끗하게, ‘정리 끝’ (Tidying Completed)이라 선언한 후, 단출해진 삶속에서 홀가분함과 해방감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경험해 보라고 일갈한다.
곤도 마리에는, 삶의 연륜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물품들을 다섯가지 범주(옷가지, 책, 서류, 생활 용품들, 추억어린 소품들) 로 분류한 뒤, 무엇을 버릴지, 얼마나 버릴지, 어떻게 공간을 정리할지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보관할지 혹은 버릴지 (to keep or to throw away)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는 기준으로 ‘가슴이 설래지 않으면 더이상 쌓아두지 말고 과감히 버리라’고 말한다.
옷걸이가 휘어지도록 잔뜩 쌓여있는 의류들을 몽땅 꺼낸 후 얼마나 많은지를 먼저 평가한다. 이후 옷가지 하나씩을 만져보고, 또 안아보면서 가슴이 여전히 설래는지 진솔하게 물어본다. 여전히 설램을 주는 옷들은 보관하고, 더 이상 두근거림이 없는 옷들은 과감하게 분리하여 재활용품 가게에 기증하던지 버리던지 하라고 일침을 가한다.
비단 의류 뿐이겠는가, 책들, 서류들, 생활용품들, 추억의 소품들도 같은 방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성탄절을 준비하면서 도시빈민들과 어린 자녀들을 위한 사랑의 중고품 수집 캠페인을 한국일보와 한달동안 벌인 바 있다. 원근 각처에서 많은 정성들이 답지되었고 큰 성과를 이뤘었다.
거실 한쪽 구석에 쌓여있던 어린이 장난감, 자전거와 유모차가 기증되었다. 깨끗하게 세탁 된 점퍼와 이불들, 방한용품, 방역물품들이 모아졌고, 매서운 추위가 엄습했던 성탄절 당일 가난한 도시빈민들에게 골고루 나눠드릴 수 있었다.
슬그머니 늘어난 살림살이들, 설램과 두군거림을 더 이상 줄 수 없는 물품들이 모아지면 누군가에게 유용한 물품으로 재사용 될 수 있다. 단출함, 홀가분함, 해방감도 맛보면서, 도시빈민들의 가슴을 설래게하는 의미있는 기증품으로 나눠질 수 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좋은 일이 많아지시고, 경사스런 일 또한 많으시길 기원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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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세 / 굿스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