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라는 뜻으로 법가(法家) 사상가인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 우상(外儲設 右上) 편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 송나라에 어떤 술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술맛도 좋고 손님맞이에도 정중하고 술집도 눈에 잘 뜨이는 곳이었는데도 술이 팔리지 않아 늘 술이 시어 버리곤 했다. 주인이 그 까닭을 이상히 여겨 고민하다가 마을의 장로에게 물어보니 ‘자네 집 개가 사나운가?’라고 말했다.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요?’하고 되묻자 장로는 ‘사람들이 당신 가게에 술을 사러 가고 싶어도 개가 무서워서 가기를 꺼리기 때문에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오’라고 대답하였다.
한비자는 이 비유를 들어 ‘어진 신하가 군주에게 도(道)를 밝히려 해도 군주의 주위에 있는 간신들이 사나운 개 노릇을 하여 어진 신하를 물어뜯고 군주를 만나지 못하게 방해하기 때문에 군주의 눈이 가려져 훌륭한 인재가 등용되지 못하게 된다.’
또한 ‘군주의 좌우 측근들이 밖에서는 권세를 부려 백성으로부터 사익을 취하고 안에서는 패거리를 지어 군주에게 자신들의 악행을 숨기며, 안팎으로 여러 신하와 벼슬아치들에게 세도를 부려 부를 이룬다. 이러한 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법이 문란해지고, 처벌하면 군주가 불안할까 하여 그대로 두면 결국 나라가 위태해진다’라고 말했다.
음식 맛도 좋고 내부도 깨끗하고 위치도 좋은 식당의 불친절한 종업원, 아랫사람의 좋은 아이디어를 시기하여 회사에 반영되지 않게 하거나 가로채는 상사, 교회나 단체에서 비아냥거리거나 불평과 험담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 산적(山積)한 국사(國事)보다는 개인적이고 당파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일에만 몰두하는 정치인 등 우리 주위에는 술집의 사나운 개 노릇을 하는 사람을 언제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이 잘 못되어 갈 때 구맹주산 고사(故事)를 기억하면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사나운 개 노릇을 하는지 알아내어 손가락질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혹시 남에게 사나운 개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되돌아보는 일이라 생각된다. 술집의 사나운 개도 아마 자신은 주인집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할 뿐 자기 때문에 장사가 안되는 것은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기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기는 잘 사용하면 우리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고 즐거움도 주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도와주는 똘똘한 애완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잘 못 사용하면 세상의 온갖 잡다하고 무익하거나 해로운 동영상, 무의미한 메시지나 가짜 뉴스 등으로 우리의 시간과 정신을 빼앗고, 시력도 해치고, 구부정하게 고개 숙이고 쳐다보게 하여 거북목이 되게 하고, 책과 멀어지게 하여 스스로 생각할 수 없게 하고, 가족과 대화하거나, 사색하거나, 기도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빼앗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뉴스나 선동을 전달하여 분열과 증오를 키우게 할 수 있는 사나운 개가 될 수 있다.
그 뿐인가? 가끔은 신상정보를 남이 털어가도 지키지 못하는 한심한 개노릇을 하기도 한다. 주머니 속의 전화기가 사나운 개가 되지 않도록 만나는 시간도 줄이고 좋은 용도로만 이용한다면 착한 애완견이 되어 우리 마음이 시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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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