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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며 화끈거려요

2023-01-11 (수)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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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화가 나거나 부끄럽거나 흥분하면 심리적 자극으로 인해 얼굴이 달아오를 수 있고, 또 술을 마시거나 갑자기 차가운 공기에 얼굴이 노출되면 체온이 올라가며 얼굴이 붉어질 수 있다. 하지만 딱히 부끄럽거나 화가 나는 등의 심리적 자극이 없고, 기온이 변하는 등의 생리적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열감이 느껴지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발개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자연적이지 않은 반응이므로 우리의 몸의 어딘가에 생긴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병적 증상이라고 봐야 한다.

자연스럽지 않은 얼굴 달아오름의 불편함
이렇게 자연스럽지 않은 이유로 얼굴이 달아오를 때는, 비단 얼굴뿐 아니라 머리나 목, 가슴 부위도 함께 붉어지고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달아오르는 상태가 계속되면 남들의 오해가 신경이 쓰여서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더욱 심해지면 우울증, 신경과민 같은 부정적 정서를 동반하기도 하면서, 이러한 증상이 밤에 나타나는 경우 편안한 잠을 설치게 되는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른 얼굴 달아오름의 원인
한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원인을 비정상인 열로 인해 발생한다고 본다. 어떤 이유로든지 몸에 열이 발생하면 열은 자연의 원리상 몸의 상부 쪽 얼굴, 머리 쪽으로 가서 안면부의 모세혈관을 자극, 확장시켜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얼굴 열감은 증상이 같다고 해도 연령과 성별에 따라 증상이 같아도 원인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나이 어린 소녀나 건강한 젊은 여성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앵두 빛 발간 얼굴은 활발한 신진대사, 혈액순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한 열로 생기는 것이므로 건강함을 상징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도 건강함의 상징이 아닌 얼굴 열감 증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
젊은 분들, 특히 여성들은 정서적으로 민감해서 감정 변화로 인한 얼굴 열감이 자주 나타난다. 불안, 정서적 긴장, 부끄러움 감정이 심화되면 심장이 뛰거나 입이 마르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는
젊은 이들은 연령적으로 열이 많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는데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가 왕성하여 감정에 따라 자율 신경이 쉽게 자극되어 피부혈관이 잘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년의 얼굴 달아오름은 꼭 치료해야 하는 병증의 신호
그러나 이와 달리 연령층이 중년 이상인 분들 중에 얼굴이 자주 붉어지고 열감이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면, 이는 병적인 현상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폐경기를 앞둔 50대 전후의 여성이나 60대 이후 연령층에 발생하는 얼굴열은 대부분 음허증이란 병증으로 발생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음허증이란 병은 생소하지만 쉽게 설명하면 어떤 이유로 우리 몸의 음양의 균형이 깨져 양기를 제어해야 하는 음기가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음허증을 쉽게 비유하자면 자동차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수가 떨어지면 열을 식히지 못하게 돼서 엔진 과열로 이어지는 현상과 같다.
문의 (703)942-8858

음양 불균형으로 음기가 부족해지면 그로 인해 양기를 제어하지 못하게 되면서 몸에 다양한 병적인 열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얼굴열로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고 그 외 입이 마르거나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발바닥이 화끈거리거나 피부가 윤기를 잃고 건조하고 거칠어지기도 한다.
이런 음기부족 현상은 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과도한 육체노동으로 체력이 손상되었거나, 과도한 부부관계 등으로 인해 정력이 훼손되었거나 노령 노화현상으로 인해 기력이 쇠진해졌거나, 오랫동안 병을 앓았거나 하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또 음허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잘 관찰해 보면 체질적으로 평소 몸이 찬 사람들보다 어느 정도 열이 있는 체질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음허증은 몸이 허약해져서 발생하는 질병
음허증은 양허증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몸이 약해서 발생하는 허증성 질병이기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부족한 냉각수를 채워주듯 부족한 음기를 보충하기 위해 보음 약물들을 처방하는 것이다. 숙지황, 구기자, 한련초, 황정, 맥문동, 사삼 같은 약물들이 보음 약물로 잘 알려진 한약들이다. 그래서 얼굴 열감 치료는 불균형으로 발생한 허열을 제거하는 청열 처방과 부족한 음기를 보충하는 보음 처방을 사용하면 재발이 안 되는 근원적인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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