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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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과 칭찬

2023-01-09 (월) 이규성/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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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게서 인정(認定)받는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인데 칭찬(稱讚)까지 받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錦上添花)가 따로 없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높이 평가해 주고, 내 능력이나 일한 성과를 알아주는 것이어서 더욱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까닭에 높은 분에게서 “눈도장”을 받고 한술 더 떠서 칭찬까지 받는다면 춤을 추지 않고 배겨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인정(認定)이란 존재(being)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심리적 욕구이다. 예컨대, 부모가 “너는 우리 집 장남이야” 라고 말해 준다면 자신을 든든하게 생각해 주는 말이어서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되어 장남답게 말하고 행동 하게 된다는 말이다.
누구나 남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데 이러한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일은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지금의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냉철하게 되돌아보는 것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성심성의껏 해 나간다면 인정의 욕구는 자연스럽게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칭찬은 행위(doing)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일이나 행동의 결과에 대한 보상의 한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인정과는 의미가 다르다. 예컨대, 자원봉사를 끝내고 온 사람들에게 “훌륭한 일을 했군요”라고 말한다든지, 대입 수능 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을 때 담임 교사가 “너 참 잘했구나”라고 말해 주는 것처럼 칭찬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만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한 마디 말로 상대방에게 행복감과 자존감을 높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주는 말이 곧 칭찬이다.


인정과 칭찬 간에는 이처럼 의미상의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는 이를 구별 하지 않고 같은 의미로 쓰고 있으며 오히려 칭찬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 필요성을 잘 알고는 있지만 우리 생활 문화 속에는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 또는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인정과 칭찬에 인색한 면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 오는 칭찬을 받고 나면 “칭찬받은 말이나 행동”은 자연스럽게 다시 하게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어린아이가 바람 직한 행동을 했을 때 부모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칭찬해 주면 그 행동은 곧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칭찬은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행동을 배우는 것과 이를 유지하는 문제는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중에 부모가 자녀에게 바른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려 했다면 자녀가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칭찬해 주어야 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지만 가능한 한 자주 칭찬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단 가르치고자 하는 행동을 배우고 나면 그 행동을 지속해 유지하기 위해 칭찬의 횟수나 강도를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변경해서 제공해 주는 것이 바른 행동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남에게서 받는 인정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고 칭찬은 충족된 인정의 욕구를 더욱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도 기억되어서 미래의 행동을 강화하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녀교육과 인간관계 형성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계묘년(癸卯年) 새해에는 주변 사람들의 좋은 면, 잘하는 일들을 찾아 인정도 해주고 이를 칭찬도 해 준다면 더 밝고 아름다운 사회, 그야말로 생기 있는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기는 하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이규성/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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