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儒家), 도가(道家), 법가(法家) 신년 좌담회
2023-01-05 (목)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새해를 맞이하여 많은 고사성어의 원전을 제공한 공자(孔子), 노자(老子), 맹자(孟子), 순자(荀子), 한비자(韓非子), 사마천(司馬遷) 선생님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시고 가상 신년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사회자: 동양 정신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신 여섯분을 환영합니다. 선생님들의 말씀을 지난 2500여년 동안 후인(後人)들이 공부하는 것은 그 가르침이 시공을 떠나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말씀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공자: 처음으로 미국에 와보니 신기하고 반갑습니다. 나는 생전에 춘추전국시대의 군주들에게 정명(正名)과 인의(仁義)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으나 정작 이를 정치에 펴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었음이 아쉬웠소. 21세기야말로 오히려 동양 고전의 가르침이 인류가 지혜로운 삶을 사는데 더욱 필요할 것이오.
노자: 나의 도가사상이 어렵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사람이 나이가 들면 무위(無爲)의 도(道)를 조금은 깨닫게 될것 입니다. 사람들이 무언가 자꾸 더 가득 채우려 하기 보다는 무엇을 덜어낼까 생각한다면 세속의 탐욕, 집착, 갈등에서 좀더 자유로와질 것이오.
맹자: 저보다 100년전에 사셨던 공자와 노자 선생님을 이 자리에서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저는 사람은 원래 선하다고 믿었고, 유가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 하였는데 사람들은 저의 모친이 이사를 세번 다니셨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만 기억하는 듯 합니다.
순자: 저는 공맹(孔孟) 선생님들의 말씀 중 특히 교육과 예(禮)를 강조하였고 예가 바로 서야 다툼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가르쳤지요. 지금 시대 사람들은 말과 행동에 예가 너무 부족하고 남의 탓만 하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람들이 보다 겸손한 자세로 예를 갖추어 서로를 대한다면 진정 가치있고 품위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오.
한비자: 순자 선생님의 문하를 떠나 패도정치(覇道政治)를 위한 법가 사상을 세웠으나 원래 제가 말이 어눌하여 저를 받아주는 군주가 없어 제 뜻을 펼칠 수 없었습니다. 동문수학한 이사(李斯)가 저를 모함하고 독살했는데 그 후 진시황이 저의 법가 이론을 활용해서 천하통일을 했습니다. 현대에 와서 저의 이론이 정치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보람을 느낍니다만 선(善)하게 사용되길 바랍니다.
사마천: 저의 역사서 사기(史記)가 유익한 고사성어를 만드는데 후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한무제에 의해 궁형(宮刑)받을 때의 죽을것 같던 괴로움이 조금은 가셔지는 것 같습니다.
공자: 우리가 살던 시절이나 지금 21세기나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소. 그리고, 중국의 이웃 나라 한국이 꿋꿋하게 자주성을 지키고 지금은 중국을 능가하는 훌륭한 나라가 되어가는 것은 참 대단합니다.
아마 우리들의 가르침을 가장 지혜롭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 생각되오. 이제 아쉽게 다시 헤어져야 하나 우리가 남긴 글을 통하여 또 만나기로 하고 새해 아침 해피 뉴이어를 외치며 모두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를 떠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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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