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아몽은 ‘오(吳)나라에 있을 때의 여몽(呂蒙)’이라는 말로서 원래 무략(武略)만 알고 학식은 떨어지는 무식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평범한 사람이 꾸준한 노력으로 뛰어난 재주를 갖게 됨을 뜻한다. 삼국지에 의하면, 중국 삼국시대 오(吳)나라에 여몽(呂蒙)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학식이 보잘것없었던 그를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던 노숙(魯肅)이라는 사람이 ‘오나라의 촌 동네에서 자란 몽이란 촌뜨기’, 즉 아몽(阿蒙)이라는 애칭으로 젊었을 때의 그를 불렀다.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영민했던 여몽은 손책(孫策)에 의해 발탁되었고 이후 오왕(吳王) 손권(孫權)의 휘하에 있었는데 손권은 후한의 광무제와 조(曹)나라를 세운 조조(曹操)가 나이가 들었어도 배움을 좋아했던 이야기를 그에게 해주며 공부를 권했고 여몽은 역사서와 병법서를 공부하여 문무를 갖춘 장군이 되었다. 어찌나 공부를 열심히 하였는지 손권이 ‘여몽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手不釋卷/수불석권)’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대도독(大都督)이라는 높은 벼슬에 오르게 된 노숙이 여몽이 이끄는 군영을 지나다가 그와 만나게 되었다. 옛날에 알던 무식한 장군 여몽인 줄로만 알고 속으로 그를 무시했던 노숙이 그 자리에서 여몽의 수준 높은 전략을 듣고 깜짝 놀라서 ‘이렇게 학식이 뛰어나니 오군(吳郡)에 있을 때의 몽 하고는 딴판이로다’라고 탄복하였다.
그러자 여몽은 ‘선비는 모름지기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상대방을 봐야 하지 않겠소이까(士別三日 卽更刮目相待/사별삼일 즉경괄목상대)’라고 대답하였으며, 낡은 안목으로 사람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괄목상대(刮目相待)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하게 되었다. 괄목(刮目)은 눈을 비비다는 뜻이다.
그후 여몽은 적벽대전에서 제갈량과 함께 조조군을 물리치는 공을 세웠고 촉(蜀)의 관우도 꺾는 등 오나라를 위하여 큰 공을 세웠다. 여몽의 말에 나오는 사별삼일(士別三日)은 사람이란 노력 여부에 따라 크게 발전할 수 있으므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을 옛날의 기억으로만 상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다.
대학에서 조교수로 시작한 사람이 몇 년 후에 나이가 많은 교수들보다 더 훌륭한 학문적 성과로 유명해지는 경우도 많고, 여건이 되지 않아 공부는 많이 하지 못하였어도 근면 성실함과 노력, 창의력으로 남이 하지 못한 일을 꾸준히 개척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여 존경받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세상사에 대한 그들의 지혜는 공부만 하고 이론에만 밝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다. 사실 지혜나 경륜이란 학식의 많고 적음에 달려있다기보다는 오하아몽의 고사가 보여주듯 꾸준히 배우고 노력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옛부터 성현들은 많이 배웠다고 자신의 지식이나 학식을 오만하게 뽐내지 말고 후학(後學)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며, 항상 겸손한 태도로 학식이 부족한 사람, 심지어 아랫 사람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면 배울 수 있어야 하고, 항상 자기가 하는 일만이 가장 존귀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삶 또한 자기의 삶처럼 존중하여야 한다고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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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