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과 세밑이 가까워지면 가족끼리 함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1990년에 미국 시카고의 부촌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코믹영화 ‘나홀로 집에’(Home Alone)다. 살면서 십수번은 넘게 보았지만, 보고 또 보고싶은 영화다.
금발 미소년 케빈(맥컬리 컬킨)이, 빈집 털이 2인조 도둑 해리와 마브를 당당히 퇴치하고 굳건히 집을 지키는 스토리는 결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8살 천진난만한 꼬마는 도둑질에 이골이 난 전문 털이범들의 파상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부비트랩을 설치한다. 막무가내로 달려들던 도둑들이 번번히 넘어지고, 깨지고, 철저히 제압 당하는 모습에 통쾌한 희열과 흐뭇함을 맛보게 한다.
세밑 겨울에 다시 읽고 싶은 겨울 동화도 있다. 오브리 데이비스(Aubrey Davis)의 동화 ‘단추 수프’ (bone button borscht) 다.
어느해 겨울 깜깜한 밤에 행색이 초라한 거지가 마을에 들어섰다. 밤은 깊고 날은 추운데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거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지쳐있었다. 마을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며 허기를 채울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구해 보았지만, 가난한 마을엔 거지에게 음식과 보금자리를 내어줄 넉넉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혹시 마을 중앙에 위치한 교회에 가보면 요깃거리를 줄지 모른다는 말에 교회문을 두드렸지만 교회도 어렵기는 매일반이었다. 심드렁한 채 쳐다보는 예배당지기에게 거지는 한가지 청을 넣는다. ‘큰 그릇에 물을 가득 담아 장작불 위에 올려달라’뜬금없는 거지의 요청에 예배당지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응했다. 그러자 거지는 자신의 외투에 달린 커다란 단추 5개를 잘라 물속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단추로 수프를 끓인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마을에 퍼졌고,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교회로 몰려 왔다. 이윽고 펄펄 끓는 수프를 국자로 떠서 맛을 본 거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온다. “햐아~ 맛이 점점 들어가긴 하는데, 여기에 야채 몇가지만 더 넣으면 정말 맛있는 수프가 될텐데….”
궁금하게 지켜보던 마을 사람 중 몇몇이 집으로 가서 자기 집에 있던 당근 몇개를, 채소를, 다른 식재료들을 가지고 와서 끓는 국솥에 넣었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수프는 정말 환상적일 만큼 맛있게 만들어졌다. 거지는 마을 사람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고 낡은 외투깃을 여민채 떠났다. 그일이 있고난 후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도우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 일이 있고나서도 그곳은 여전히 가난하고 힘든 일상이 계속되었지만 ‘단추 수프’를 통해, ‘협력(cooperation)’과 ‘참여’(participation)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베풀고, 나누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커다란 깨우침을 얻게되었다. 한사람, 한사람 떼어서 생각하면 아무 것도 가진게 없고 나눌 것이 없어 보이지만, 각자가 가진 작은 것을 합치면 맛있는 ‘단추 수프’처럼 모두를 위로하는 큰 힘이되고 기적을 이룰 수 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서 나누어 줄 것이 없다”고 말하면 안될 것 같다. 동화속 마을 사람들이 내놓은 보잘것 없는 야채와 단추들이 커다란 국솥에서 어우러지며 맛있는 수프로 끓게함같이, 보잘것 없는 것, 작은 부스러기만 내 놓아도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긍휼’이라는 커다란 국솥에 ‘관심’이라는 단추와 ‘나눔’이라는 채소와 ‘정’이란 향신료를 풍성히 넣은 맛있는 수프를 끓여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평화의 왕으로 이땅에 오신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세상엔 나누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나누지 못할 만큼 작은 것도 없다.
도시선교 (703)62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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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세 / 굿스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