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국 방문 때 여러 교육자들을 만났다. 한 명 한 명 모두 귀한 만남이지만 그 가운데 두 명의 교육감과의 만남은 교육에 관해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두 교육감들은 모두 구면이었다. 한 교육감은 세 번째, 그리고 또 다른 교육감은 네 번째 만남이었는데 내가 교육위원으로 일했던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학교들을 두 차례 방문하기도 했었다.
한국과 전혀 다른 시스템이지만 그래도 배울 게 있으면 가지고 가겠다는 열린 마음을 가졌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 교육감과 나는 서로 흉금을 터 놓고 교육 이슈에 대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그 교육감과 단 둘이 점심 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 가운데 가장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은 한국의 대학입시제도였다. 고국에서 그 것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민감한 반응을 유도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특히 대입을 준비하는 당사자들과 가족들로부터는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인 거의 5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온 내가 한국의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제대로 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특히 그 동안 자주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제안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고국에서 이구동성으로 들었던 우려가 국가 발전의 비균형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지역은 계속 인구가 유입되는 반면 지방은 줄고 있다. 젊은이들이 이탈한다. 거기에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지방에는 문을 닫아야 할 학교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문제점들의 한 가운데에 대학입시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 존재하는 대학의 철저한 서열화 그리고 좋은 대학 입학에 대한 ‘올인’이 국가 전체적으로 자원과 정신적 에너지의 비정상적인 쏠림을 초래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은 고국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감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한편 해결책 제시는 못 하고 있다. 이에 나는 식사 자리에서 그 교육감에게 내 나름대로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 두어 가지 제안들을 과감하게 나누었다.
우선 전제 조건으로 나의 제안 사항들 실시 시기에 여유를 두자고 했다.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입준비생이나 가정들에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하게 주자는 뜻이다. 그래야 야기될 수 있는 불만을 줄일 수 있다. 유예 기간을 5년 이상 아니 10년 정도를 둘 수도 있다. 그러나 물론 유예 기간이 길면 길수록 제도가 다시 또 바뀔 수 있는 위험의 여지도 있다.
그 다음으로 우수하다고 여겨지는 대학들에의 입학을 권역별로 나누어 인구 비율로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게 보일 수 있는 수도권으로 굳이 옮겨갈 필요 없다고 느끼는 입시준비 가정들이 늘어 인구의 불균형적 이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는 오히려 반대로 우수 학생들의 지방행을 유도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제안으로는 각 대학의 입학 사정 조건에 스스로 융통성을 갖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대학의 정원이 삼천명이라고 할 때 그 학교에 합격자격을 일등에서부터 삼천등 사이로 여겨지는 학생들에게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합격 대상 폭을 아예 훨씬 넓히고 해당 학생들 가운데 추첨으로 입학을 허용하는 것이다. 지원 학생들 가운데 꼭 가장 우수한 학생들 순으로 뽑아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보면 고려해 볼 만한 제안이라고 여겨진다.
각 대학은 그 대학에 입학해 공부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는 모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해 추첨으로 하자는 제안이다.
이러한 제안들이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진지하게 고려해 보기를 희망했다. 다행히도 경청하던 그 교육감은 앞으로 다른 교육감들과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화두로 내 제안들을 내 놓아 볼 수 있겠느냐고 물어 왔다. 물론 나는 좋다고 화답했다.
아무쪼록 이러한 제안들에 대해 여러 교육감들이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구국적 차원에서 실제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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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