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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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이야기

2022-11-21 (월) 빌리 우 / 스털링,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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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마음이 너그러워 새들 먹으라고 감 몇 개를 남겨 놓아 까치밥으로 삼았다고 한다.
1940년대에 태어나서 1950년대에 성장하는 소년시대를 보내고 1960년대에 청년기 즉 대한민국이 지독히 가난한 시절을 보낸 나는 새가 먹으라고 감 몇 개를 남겨 놓았다는 이야기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귀농하셔서 토종 대추 농사하시는 분에게 “옛날에 새를 위해서 감 몇 개를 남겨 놓았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럴 리 없다고 하셨다.

또 옛날 사대부 집이고 심산 김창숙이 파리 독립청원서를 숨어서 몰래 썼다는 봉화 만회고택을 지키고 있는 젊은 친구가 집 주변에 화려한 꽃을 많이 심어 옛 고택을 아름답게 하고 있어 “옛날 같으면 손톱만한 빈 땅이 있어도 고추, 가지를 심었지 이렇게 꽃을 심지 못했을 겁니다”하니 그 사대부 종손도 그렇다고 한다.

지난 14일 한국일보에 난 최수잔 님의 ‘까치밥’ 글에서 밭에 콩을 뿌릴 때 그 자리에 세 알씩 뿌려 하나는 새에게 또 하나는 벌레에게 나머지 하나는 싹 틔워 사람이 먹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님께서 밭에 콩을 심고 무사히 나기를 바라는데 꿩이 파헤쳐 먹고 용케도 난 건 노루가 잘라먹고 피눈물 흘리시면서 새와 짐승에게 빼앗긴 걸 다시 심었는데 농사짓는 당사자의 마음은 모르고 수사학적으로 표해 주시니 문학이 이래서 좋다.


배고프던 시절 쌀 한 톨이 귀하고 산에 올라가 머루, 다래는 새가 먼저 먹었는지 없고 풀뿌리 캐먹고 나무껍질 벗겨 먹던 시절 누가 마음이 넓어 까치가 먹으라고 까치밥을 남기겠나? 
요즘은 육종기술이 좋아 나무의 키를 작게 만들어 사람이 선 채로 열매를 딸 수도 있고 나무가 좀 크다 싶으면 가벼운 알루미늄 사다리 타고 올라가 따지만 옛날 감나무는 키가 너무 커 나무에 올라가서 달이라도 딸 수 있는 긴 장대로도 못 따고 내려와 결국 까치와 새들이 먹었다.

이걸 문학적인 수사로 새가 먹으라고 남겨 놓은 까치밥이라 한다. 육종기술이 좋아 나무 키를 작게 만들고 금속기술이 좋아 사다리도, 장대도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농업 기술도 좋아 한 포트에 씨 하나 심어 한 개가 난 고추 묘를 사다 심는 시대다.
그 당시 인간의 능력으로 못 따서 버려진 감이지 까치가 먹으라고 남긴 감이 아니었다. 콩을 심어 새와 벌레에게 도둑 맞은 거지 새와 벌레에게 자비를 베풀기엔 옛날 사람들은 너무 가난했다.

<빌리 우 / 스털링,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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