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천연발효 감식초 담그기

2022-11-20 (일) 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
크게 작게
작년 2021년 가을, 우리 동네는 감이 풍작이었다. 풍성한 감을 구입하여 명품사극 ‘대장금’에서도 나오는 톡 쏘는 신맛의 향긋한 웰빙 식재료 감식초를 담갔다. 며칠 전 일 년 동안 숙성시킨 감식초를 장금이 이영애처럼 새끼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니 그 맛이 엄지척이다.

자연발효로 숙성된 전통 유기농 천연 감식초를 만들기 위해 지난 2년간 연구 노력 끝에 마침내 성공했다. 감 특유의 깊은 풍미가 있으며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다. 서양요리에 발사믹(Balsamic) 식초를 넣듯, 식초 들어가는 모든 요리에 감식초를 넣으면 더 좋은 건강 음식이 되고 정말 맛있게 먹을수 있다. 특히, 된장이나 고추장에 감식초를 넣어 먹으면 별미 반찬이 된다.

높고 푸른 하늘과 붉게 익은 감은 한국의 가을을 가장 잘 나타내는 풍경 중 하나이다.
집 뜰에는 8년 된 단감 나무가 두 그루 있다. 2년 전 가을에는 단감 풍년이었다. 그러나, 작년 봄, 여름 17년 주기로 나타나는 매미떼 습격으로 한 그루는 완전히 죽고, 또 한 그루는 심한 상처를 입고 금년에 7개의 감만 열렸다. 그래서 감식초 성공 노우 하우로 2022년도 감식초를 담그려고 단감 한 접(100개 단위)을 구입했다.


감을 자연발효시켜 집에서 만드는 천연감식초는 건강에 도움이 되고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웰빙 식품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감식초는 감 자체를 발효시켜 만든 천연식초로서 영양가가 매우 높다. 홈메이드 감식초는 현미로 만든 흑초에 비해 약 3배에 해당하는 칼륨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식초는 시큼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성 식품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강력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는 알카리성 식품이다. 천연발효 감식초는 고혈압 예방, 폴리페놀 성분은 원활한 혈액순환,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비만 방지, 뇌졸중 예방과 같은 건강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식즉명야(食卽命也) 식이위천(食以爲天).” 즉, ‘음식이 생명이며(食卽命也) 음식이 하늘(食以爲天)’이라는 말이 있다. 삶을 이어가는 것이 생명이며, 생명(命)을 이어가는 것이 음식(食)임을 생각하면 ‘음식이 하늘’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감을 발효시켜서 만드는 감식초는 담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가정에서 의외로 쉽고 간단하게 담글 수 있다. 훌륭한 감식초 효능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 매력적인 식품이다. 감식초 담기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재료 준비는 아주 간단하다. 감, 발효 용 이스트 대신 막걸리, 깨끗한 유리병 3가지가 전부다.

담는 요령 또한 쉽고 간단하다. 감의 단 냄새를 맡고 벌레가 못 들어가도록 플라스틱 랩(Plastic Food Wrap)으로 병뚜껑을 두 겹으로 덮고 발효시 가스가 새어 나가도록 바늘로 구멍 2개 뚫어 준다. 거즈 헝겊으로 뚜껑을 한 번 더 덮고 고무줄로 꼭 묶어 준다. 마지막으로 그늘진 실내 온도(Room Temperature)에서 1년 발효 시킨 후 체로 거르면 완성된다. 병 위에 하얀색을 띠고 있는 물체는 발효 때 생기는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이다.

초산은 생성된 산성 물질들을 속히 분해시켜 독성이 없는 탄산가스와 물로 변화하면서 칼로리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단계인 감식초 거를 때 제거하면 된다.
감식초는 발효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미생물이 하는 일이라 오직 정성과 기다림 만이 성공의 열쇠다. 발사믹 식초는 오래 숙성시킬수록 풍미가 깊어지고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감식초도 오래 둘수록 색은 진해지고 맛은 더 깊어진다. 발사믹 식초 보다 더 깊은 부드러움과 풍미를 머금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한국 마트에 감이 많이 나와 있다. 깨끗이 씻은 감과 막걸리를 조금 넣어서 만들면 된다. 어렵지 않으니 감을 구입하여 건강에 좋은 감식초에 도전해 볼만하다. 인생은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도전은 힘들지만 인생을 흥미롭게 만든다. 올 가을 새로운 걸음을 한 번 내딛어 보면 어떨까? 내년 가을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