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트가머리, 몇 년 전 새로 번역된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에 나오는 이 지명을 놓고 가벼운 설왕설래가 있었다. 소설의 주무대는 아닌데 주인공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가 의정활동을 하러 가는 곳으로 언급된다. 작가 하퍼 리(Harper Lee)의 약력에도 나온다. 그곳에서 대학을 다녔다. 앨라배마주의 주도다.
몽고메리다. Montgomery. 발음 제대로 옮기는 것도 좋지만 귀에 이미 익은 고유명사를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2차대전 당시 북아프리카에서 사막의 여우 롬멜을 상대로 전차전을 이끈 영국의 몽고메리 원수, ‘젊은이의 양지’ ‘지상에서 영원으로’ 여성팬들을 사로잡았던 몽고메리 클리프트, 그리고 어쩌면 나만 알 것 같은 배우인데 마카로니 웨스턴의 날랜 액션스타 몽고메리 우드(서커스 출신의 이탈리안 배우 줄리아노 젬마의 영어판 예명).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다.
번역가의 고집을 이해한다. 미국에 첫 발을 내딛고 지금 일터가 있는 곳이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카운티이니까. 몽고메리 하면 알아먹지를 못한다. 음절 끊어 몬트 하고 나서 거머리 해야 하는데 빨리 하면 머꺼메리로 들리기조차 한다.
몽고메리는 미국 곳곳에서 등장하는 지명이다. 메릴랜드 말고도 뉴욕, 버지니아,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캔자스, 인디애나, 미주리, 아칸소, 일리노이주에 몽고메리 카운티가 있다. 앨라배마, 미네소타, 버몬트에는 그 이름의 도시가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먼트가머리다. 로자 파크스의 버스 보이콧 현장이다. 같은 앨라배마주의 셀마, 버밍햄과 더불어 흑인 민권운동 역사에 길이 남을 지명이다.
몽고메리가 어디서 따온 지명인지는 여기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에 힌트가 있다. 영재 프로그램을 돌리는 공립 명문고가 두 곳 있는데 문과가 강한 리처드 몽고메리와 이과의 강자 몽고메리 블레어. 이름을 땄을까, 성을 땄을까.
몽고메리라는 지명의 대다수는 리처드 몽고메리(1738-1775)를 기리는 것이다. 독립 전쟁 당시 반란군 콘티넨탈 아미, 대륙군의 유능한 장군이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군에 들어가 7년 전쟁 당시 북미주와 카리브해에서 전공을 세웠다. 군문을 나와 뉴욕에 정착하고 결혼해서 농장을 일구던 그는 독립전쟁이 발발하자 식민지 아메리카의 편에 섰다.
오합지졸로 대륙군을 꾸려야 했던 조지 워싱턴으로서는 귀하디 귀한 동지였다. 영국군의 배후인 캐나다 공략을 맡아 몬트리올을 함락시키고 퀘벡에서 시가전을 치르는 중에 영국군, 레드코트의 총탄에 맞아 전사했다.
그의 죽음은 아메리카 식민지 사람들만이 아니라 적대진영 영국에서도 안타까워 했다. 영국군이 시신을 수습해서 정중하게 대륙군에 넘길 정도로 두루 존경받고 사랑받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뮤지컬 ‘해밀턴’에도 등장한다. ‘Right Hand Man’ 장면인데 에런 버가 조지 워싱턴 장군 앞에서 랩으로 읊는 자기소개서의 한 줄에 그 이름이 올라간다.
Sir, I was a captain under General Montgomery. Until he caught a bullet in the neck in Quebec.
몽고메리의 부관이었던 버와 워싱턴의 총애를 받던 해밀턴의 운명, 그 드라마의 끝을 우리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