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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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의 상념

2022-11-07 (월) 이지현 /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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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난다
우리들은 어쩌다
기쁨에 벅차 축하할 일이 있으면
어쩌지 못하는 감동속에
기분이 넘치고 또 넘쳐
샴폐인을 터트리고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지른다

감정의 기폭이 점점 더 깊고 넓어져 간다
그것도 모자라
오색 종이를 가루처럼 만들어
마구 높이 올려 뿌려 대며 손을 휘젓고
머리위로 떨어지는 오색 종이에 환호한다

이 가을
나무들의 곱게 늙어가는 모습에
우리들은 그저 어떤 미사여구를 써서
표현 해야 할까
그저 바라보며 입맛만 짝짝 다신다 아!


창 밖으로 보여지는 바스락 거리는
가을 소리와 함께
오색 종이 떨어지듯 저마다의 색깔로 물든
단풍잎들이 우수수 마구 떨어진다
아!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나는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막 뛰어 들어가고 싶다

빨갛게 물든 단풍의 그 황홀한 색깔은
수줍은 새 색시의 얼굴에 찍혀 있는
연지, 곤지에 비교할 수 있을까

바람인듯 아닌듯 스치는 감각속에 나부끼며
파르르르 떠는 잔잔한 물결처럼
흔들리는 노란빛의 단풍잎들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 멀리 떠난
그리 높지 않은 계급장의 군인을
아빠로, 남편으로 둔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표징같이
그리고 진정 손모아 드리는 기도 소리 같다

어디
그들만의 바람이겠는가

단풍 쌓인 그 속으로 침묵이 흐른다
또 바람이 일렁이나보다
가을이 익어 가는 소리
적막속에 낙엽지는 소리

<이지현 /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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