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쉽게 꺼내기 힘든 말

2026-02-05 (목) 08:02:54 배준원 Vice President Greenway Funding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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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조심스럽게 꺼내는 말이 있다. “이 집은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무리인 것 같습니다.” 혹은 “이 정도 금액까지는 대출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꺼내는 순간의 공기는 늘 무겁다. 이미 마음속으로 그려본 생활이 있고, 계산기보다 기대가 앞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말은 되도록 아끼게 된다. 하지만 융자상담을 하다보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

대부분의 융자상담은 숫자로 시작한다. 소득, 크레딧, 다운 페이먼트, 예상 이자율 그리고 월 페이먼트. 계산기를 두드리면 승인 가능 여부 자체는 비교적 빠르게 나온다. 문제는 ‘승인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항상 ‘괜찮은 선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출한도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있다.


예를 들어 대출은 나온다. 서류도 맞고 조건도 충족한다. 하지만 월 페이먼트가 현재 생활구조를 크게 압박하는 수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상자금이 거의 남지 않거나, 소득의 변동성이 큰 경우라면 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하다’는 말보다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먼저 나와야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다들 이 정도는 감수하고 사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 결정 때문에 몇 년 동안 숨을 고르며 버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융자는 클로징으로 끝나지만, 페이먼트는 그 이후 수년 동안 매달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조심스럽게 꺼내는 그 말은 경고라기보다 책임에 가깝다. 지금은 한발 물러나는 게 나을 수도 있고, 대출구조나 금액을 다시 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혹은 조건을 정리한 뒤 다음을 바라보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집을 사는 과정에서는 누구나 불안해진다. 숫자는 복잡하고, 결정해야할 것은 많다. 그래서 불안을 덜어주는 말은 언제나 반갑다. 하지만 융자상담에서는 때로 불안을 덮어주는 말보다, 그 불안을 숫자로 함께 들여다보는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

상담을 하며 가장 조심스럽게 꺼내는 그 말은, 집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의 대출구조와 페이먼트가 앞으로의 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잠시 점검해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조금 늦어질 수는 있어도, 그 만큼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선택이 있다는 이야기다.

융자는 숫자로 시작하지만, 그 숫자가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떻게 반복될지는 미리 계산해봐야 한다. 승인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매달 이어질 페이먼트를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지,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버틸 여지가 남아있는 지다. 그래서 융자상담에서는 가능한 선택보다 지속가능한 선택을 우선으로 본다. 가장 조심스럽게 그 말을 꺼내는 이유도, 오늘의 클로징이 아니라 그 이후 수년간 이어질 재정의 흐름까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의 (703)868-7147

<배준원 Vice President Greenway Funding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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