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대학 입학원서 준비 시즌이다. 특히 조기전형은 원서 접수 마감일이 곧 다가온다. 많은 대학교들이 11월 1일을 그 마감일로 잡고 있다. 원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뒤에서 도와주는 부모들 모두에게 제법 스트레스 쌓이는 시즌이지만 한 단계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여긴다면 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최근에 내가 미국에서 졸업한 대학교의 동문 인터뷰자로 자원봉사하기 위해 두 세미나에 참여했다. 대학 입학사정실에서 주관한 것과 권역별로 나뉘어져 있는 동문 인터뷰 그룹에서 주최한 것이었다. 내가 동문 자격으로 이런 인터뷰 자원봉사에 처음 참여했던 것은 약 20년 전부터다. 그 후 한 10년 정도 계속 하다가 둘째 애가 대학 입학 지원할 때 손을 놓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해 본 게 10년 이상 지났다.
세미나에 참여해 들어 보니 인터뷰자로서 알아 두어야 할 점에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동안 바뀐 것들도 많았다. 다름없는 것은 역시 인터뷰 후 제출하는 보고서에 대학 입학사정실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는 포함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약 45분에서 1시간 정도의 인터뷰 때 예전과 달리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등에 대해서는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별활동도 단순히 리스트를 작성해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대신 지원 학생들이 서류로 제출해 내기 어려운 깊은 내용을 파악해 보고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 달라고 했다.
묻지 말아야 할 부분으로는 종교, 정치 뿐 아니라 부모들의 학력, 직업 등이 포함된다. 물론 학생이 스스로 얘기를 꺼낸다면 다르다. 그러나 학생과의 논쟁은 금기이다. 어려운 질문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편하게 해주란다. 물어 오는 질문이 있으면 성실하게 대답하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의 경우 입학사정실로 연락하라고 안내하란다. 인터뷰 녹음이나 녹화는 허용되지 않고 부모들과 같이 올 경우 다른 곳에서 기다리게 하라고 했다. 인터뷰 내용을 메모한다면 가능한 처음부터 끝까지 하라고 했다. 부분적으로 할 경우 메모한 부분에 대해 학생이 필요 이상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또한 동문 인터뷰자는 모교를 대표해 학생을 만나는 것임을 명심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라고 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내 모교의 경우 학비는 매년 인상되지만 학교에서 제공하는 재정지원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55% 정도가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부모들의 연소득이 75,000달러 미만의 경우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전혀 없다고 한다. 전체 학생의 20% 이상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했다. 부모의 연 소득이 그 이상이라고 해도 150,000달러까지는 부모의 부담이 소득의 0%부터 시작해 10%까지 차등을 두어 정해진다고 했다. 15만불이 넘어도 가정 형편에 따라 재정 지원이 되며 20만불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수백명이라고 했다.
또 다른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학생들의 합격 여부와 재정 보조의 철저한 분리이다. 모든 대학교가 그렇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상위권 대학교들의 상당수가 그러한 입학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즉, 지원 학생 가정의 경제적 사정이 입학에 주는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합격이 결정되면 합격자가 경제적 이유로 학교를 못 다니는 것은 없도록 한다고 했다.
이러한 원칙은 지원 학생의 체류신분, 즉 시민권자, 영주권자, 불법체류자 그리고 외국학생이냐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니 한국에서 지원하면서 합격에 불이익을 받을까 보아 재정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외국에서 오는 학생들의 경우 여행 비용도 더 들기에 더 많은 재정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재정 지원을 받는 학생들 부모의 평균 부담 액수는 일년에 12,000-13,000달러 사이라고 한다. 전체 비용이 1년에 78,000달러 이상이 됨을 고려할 때 많지 않은 액수이다. 그러니 비싼 학비가 무서워서 좋은 대학교에 지원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할 수 없다.
대학교 입학 지원서를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글로나마 힘내라는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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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