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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태도와 자녀교육

2022-10-13 (목) 이규성/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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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역할은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자녀 양육과 훈육 태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자녀의 가치관이나 태도가 관찰과 모방을 통해서 학습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부모의 자녀교육 태도는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예컨대, 어떤 사물이나 사람 등에 대한 호의적, 또는 비호의적 느낌을 말하는 것으로 흔히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하는 일관성 있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가정에서라면 부모나 형제에게서, 학교의 경우라면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행동이나 태도 등을 관찰하거나 모방하면서 배우게 된다.
부모의 태도가 자녀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려주는 유명한 예로는 중국의 맹모(孟母) 삼천지교(三遷之敎)와 단기지교(斷機之敎)가 있고, 한국에서라면 명필 한석봉 어머니의 교육적 태도가 아직도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 내리고 있다.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을 위해서 바람직한 환경을 찾아 세 번씩이나 이사하면서 아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집을 떠나 공부에 정진하던 어린 맹자가 어머니를 뵙고 싶은 마음에 하던 공부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본 어머니는 반가워하는 기색도 없이 아들에게 그간 공부한 것을 물어보았고, 대답을 들은 어머니는 베틀에 짜고 있던 실을 가위로 잘라 버리면서 “네가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고 집으로 온 것은 내가 지금 짜고 있던 베의 실을 자르는 것과 같다”고 말함으로써 맹자가 다시 스승에게로 돌아가 중단했던 공부에 전념하도록 했다는 단기지교(斷機之敎)는 아들 교육에 임하는 어머니의 태도를 보여 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명필 한석봉 어머니가 아들 교육에 임하는 태도 역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아들 석봉의 재능을 눈여겨본 어머니는 아들과 10년을 기약(期約)하고 공부에 전념하도록 스승을 찾아 집을 떠나 보낸 아들이 어머니를 뵙고 싶은 마음에 7년이 되던 해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다시 가서 기약했던 10 년 공부를 다 하고 오라는 말을 하는 대신 지난 7년간 석봉이 공부한 것과 자신이 떡을 썬 7년간의 결과를 비교해 보여 줌으로써 아들이 자기가 어리석었음을 깨닫고 글공부에 전념하기 위해서 어머니 곁을 떠나도록 함으로써 성숙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태도가 무엇인가를 가르쳤다는 점에서 자녀교육에 임하는 부모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의 바람직한 양육 태도는 어떤 것일까?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자녀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것은 독일의 심리학자 레빈(Kurt Lewin)이 “행동은 환경과 개인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말에서 두 변인 간의 상호작용을 말하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부모의 관심은 개인 변인보다는 환경 변인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부모는 자식 교육을 위해 학군(學群)이 좋다는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하거나 유명하다는 강사가 있는 학원을 찾아 다니는 등 환경 중심의 교육을 통해 성공의 꿈을 키우려고 했었다면 이제부터는 자녀의 적성이나 특성, 관심 분야는 물론 희망 사항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 왔던 ‘개인 변인’에 관심을 두고 자녀들이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한 성품’을 가지도록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자녀가 독립적이지 못하고 의사결정에 우유부단하며 의존적인 사람으로 자란다면 앞날을 헤쳐 나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규성/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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