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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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왕만 입는 명품 ‘비꾸냐 코트’

2022-10-11 (화) 김재억 / 목사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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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아메리카 안데스 고지 4,000m, 춥고 척박한 땅에서 사는 낙타과의 동물로는 알빠까(Alpaca), 야마(Llama), 과나꼬(Guanaco), 비꾸냐(Vicuna),등 네 종류가 있다.
알빠까와 야마는 낙타 얼굴에 긴 속눈썹과 또렷한 눈망울, 부드럽고 탐스러운 긴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데, 몸매와 덩치는 양과 비슷하다.. 또 비꾸냐와 과나꼬는 얼굴은 낙타 모습이지만, 몸매와 덩치는 사슴을 빼어 닮았다.

본래 안데스 거주 아메리카 인디오들의 언어로 ‘까르구아’(Kargua)가 지금의 ‘야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태양의 제국 잉카를 점령한 후 처음보는 ‘까르구아’를 보고 ‘꼬모 쎄 야마’ (como se llama), 저 동물 이름이 뭐냐고 물어본데서 ‘야마’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동물들은 척박한 고산지에서 연명하던 가난한 인디오들에게 추위를 덜어주는 따뜻한 모피와 먹거리가 변변치 않은 저들에게 고기와 밀크 등 훌륭한 단백질을 공급했던 친숙한 동물이다.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 지역에 형성된 ‘띠띠까까’(el lago Titicaca, 해발 3812 m)호수, 그 주변이 ‘까르구아’의 원산지다. 원주민들은 알빠까와 야마를 가축으로 키웠고, 털을 깎아서 빤쵸(pancho), 옷과 보자기, 침대 이불보로 만들어 사용했다.
생후 일년 미만의 베이비 알빠까의 가슴 부분의 털 70-80%, 화학사 20%를 섞어 직조한 제품을 으뜸으로 친다. 실크보다 부드러우며 가볍고, 양모보다 따뜻하고 통풍성과 내구성이 강하다. 페루 리마에서 개최됐던 APEC 총회에 각국 정상들이 알빠까 빤쵸를 입고 포즈를 취했었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좋은 모직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알빠까보다 더 좋고, 더 희소가치가 있는 세계 최고의 명품이 있다. ‘안데스의 공주’로 불려지는 ‘비꾸냐’다. 비꾸냐 털로 만든 코트는 가볍고 두텁지 않아 착용감이 최고다. 겨울에 입으면 난로처럼 훈훈하고, 여름에 입으면 에어컨처럼 시원한게 천연 고어텍스 같다. 위험한 천적을 피해 해발 4천-5천미터 고지의 극한지로 올라와 적응한 비꾸냐는 평균 몸 길이 1.45-1.6미터, 어깨 높이 75-85cm, 몸 무게 35-65 Kg 정도이고,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은채 야생으로만 자랄뿐이다. 타조처럼 길고 날렵한 목선 위에 주먹만한 낙타 얼굴을 갖고 있다.


맑게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은 눈 녹은 호수같다. 날씬한 체구에 맵시있게 쭉 뻗은 네다리, 몸통 전체를 뒤덮은 연갈색 털, 목과 앞 가슴은 희다. 특히 앞 가슴에 수북한 백색털은 세상 어떤 동물의 털보다 미세하고, 부드럽고 따뜻하다. 얼마나 성스럽게 생각하는지 페루 국기에 그려져 추앙받는다.
옛 잉카제국에서는 비꾸냐 털로 만든 의류는 오직 왕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큰 공훈을 세운 귀족이나 지방 영주들에게 하사하여 대단한 신뢰를 표시하는 징표로 사용되었다. 전국에서 선발한 비르히나 데 쏠(Virgina de Sol, 태양의 처녀)들은 특정한 곳에 거하며 평생 잉카의 황제가 입을 비꾸냐 제복을 짜야했다.

잉카시대 때 페루, 칠레, 볼리비아 광활한 안데스에 500만 마리 넘게 방목됐던 비꾸냐는 한때 6천마리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남획되었다. 급기야 멸종 위기에 직면하자 밀렵을 법으로 금했다. 현재 약 15만마리로 개체 수가 불어났으나 여전히 보호대상이다. 금싸라기 같이 고귀한 비꾸냐 가슴 털을 깎으면 3년간은 다시 깎을 수 없다.
스웨터 하나를 만들려면 비꾸냐 6마리 털이 필요하고, 코트 하나엔 무려 30마리 털이 필요하다. ‘수퍼 리치’를 위한 비꾸냐 목도리가 사백만원, 니트가 오백, 반코트가 사천만원, 남성용 코트가 오천만원을 홋가한단다.

돈으로 최고 좋은 침대를 살 수 있어도, 최상의 달콤한 잠을 살 수 없는 것처럼, 돈으로 명품 비꾸냐 코트를 살 수 있으나, 내면에서 우러난 진정한 아름다움을 살 수는 없다. 완전 명품으로 치장하고서도 공허한 썰렁함에 몸서리 치는가 하면, 부실한 중고 옷을 입고서도 마냥 행복할 수 있다.
금년 겨울은 더 춥고 독감과 변종 오미크론으로 더 혹독할 것이란 예보가 서릿발 같다. 도시빈민들의 추위를 달래 줄 허름한 담요, 두툼한 중고 겨울 점퍼라도 풍성히 안기고 싶다.
(도시빈민선교 : 703-622-2559)

<김재억 / 목사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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