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APPOINMENT’, 영어는 커녕 자기나라 말도 글로 쓸줄 모르는 수많은 중남미 일꾼들이 미국에 와서 가장 처음 배우는 말은 ‘하우 마치 빠르 아우워(How much per hour?) 시간당 얼마 줄것이냐?’ 일 것이다. 이는 인삿말이자 생활이다. 그 다음이 바로 ‘닥터 어뽀인먼트’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메니저없이 종업원과 직접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할려고 하는 지를 벌써 알아 차렸을 것이다. 미국인력 시장의 최하층에는 중남미 이민자들이 있다. 2021년말 현재 미국 인구(34,000만)의 인종별 구성은 백인 2억(60%), 히스패닉 6,200만(19%), 흑인 4,000만(12%), 아시안 1,800만(5.4%) 기타(3%)로 구성되었다. 20년전인 2000년에는 흑인과 히스패닉인구가 각각 13%로 동율을 이루다가 그 후 역전이 된다. 그 동안 아시안은 3%에서 5.4%로 증가했다.
한인 동포사회와 스패니쉬는 같이 일하는 가족같은 사이다. 서로 오래 일하다 보면 같은 공간에서 기기묘묘한 사연들이 오간다. 그들이 미국에서 번 돈은 자기 고향으로 대부분 송금을 한다. 과거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파독 광부, 사우디 건설현장을 연상하면 맞다. 나라가 가난해서, 그리고 불안하고, 힘이 없어서 가족들을 부양하려고 미국에 일시 체류한다는 것이 그들을 노동의 그늘로부터 평생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인지 자국의 지도자들의 부패때문에 나라가 어려워지고 국민들이 가난하다고 한숨과 푸념을 한다. 그럴것이라고 끄덕여 준다.
그런데, ‘코리안들은 어떻게 모두 부자로 사느냐?’ 고 묻는다. 우리는 Dr Appoinment 같은 게 없다.’ 처음에는 어리둥절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종업원이 말하는 ‘Dr Appoinment’의 90%는 거짓말이다. 심지어 휴일날에도 병원약속이 있다면서 무단 결근을 태연하게 해 버린다. 나는 그런 그들을 빤히 쳐다 본다. 그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국인들은 하는 일 제껴놓고 병원에 가지도 않지만 그런 ‘거짓말’을 안한다.’는 것이 본질이고 그래서 잘산다는 뜻이다. 제발 네 조국 욕하지 말고 ‘너부터’ 거짓말 좀 하지 말아라. 알아 들을 턱이 없을 지라도…
100년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최초로 이민을 시작했을 때 우리의 이민선조들도 오죽하면 그랬을까만 꽤나 거짓말을 많이 했던듯하다. 거짓말은 신용하락이요, 힘의 상실이고 나라를 병들게 한다. 100년전 도산은 ‘죽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꿈에서라도 했다면 뉘우쳐라.’고 했던 말을 상기해 보면 그렇다. 정직도의 향상과 한인커뮤니티의 발전이 비례했다고 본다.
엊그제 영화 ‘CHOSEN(초선)’을 봤다. 불타고 있는 LA한인타운, 원로 언론인 한분이 신문지로 바닥에 치면서 “우리는 왜 우리를 대변해줄 사람이 이땅에는 단 한명도 없는 것인가, 젊은 너희들 똑똑히 보아라” 카메라 앞에서 통탄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곧이어 허름한 LA 한인타운 편의점 앞에 한인 단 7명이 옹기종기 앉아있고, 한인 언론매체마저도 외면한 가운데 주인공 ‘데이빗 김’의 연방하원의원 출정 기자회견이 열리는 장면은 초라하다 못해 비참했다. 그는 패배했지만 다시 도전하고 있다. 이 두 장면으로 이 영화가 전해주려는 메시지는 충분했다.
2022년 현재 미국의 인구 3억4천만중에서 아태계 인구와 그 비율은 다음과 같다. 유태계(760만2.2%), 중국계(540/1.6), 인도계(460/1.4), 한국계(190/0.6), 일본계(150/0.4), 연방 상원의원 100명중에는 유태계만 10명이 있고 나머지 나라는 없다. 하원 435명중에는 유태계 (27명/6.2%), 중국계(3명), 인도계(4명), 한국계(4명), 일본계(2명)이 있다. 오는 11월 선거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유태계는 아태계로 소수계이지만 오로지 그들만을 위하기에도 바쁘다. 그러고 보면 비슷한 아시아 국가중에서는 한국계의 유의미한 약진을 볼 수 있다. 50여년전 유태인들의 세탁소, 그로서리 마켓, 잔디깎기들을 한인 이민 선배들이 물려받았고, 지금은 이것들이 중남미계로 넘겨지고 있는 중이다. 의원숫자도 그렇게 될런지…
유태계 상하원의원 37명과 비교하면 한국계의원 4명은 많이 적다. 산술적으로도 15명 정도라야 맞다. 지금도 어디선가 데이빗 김처럼 ‘대한(大韓)’의 정체와 긍지를 가지고 지치지 않고 무섭게 도전하는 우리의 후진들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마땅히 후원할 한국인이 없어서 외국계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던 시절이 엊그제였다. 그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만약 한국계 의원이 30명만 넘는다면 ‘민족통일’가지고 이렇게 허우적 거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니 민족통일을 위해서 키워낼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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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위싱턴 민주평통회장,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