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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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결혼식

2022-10-05 (수) 한태일 / 목사(가든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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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계신 어머님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에 나왔습니다. 90세 노모는 20년 가까이 치매로 고생하셨다가 소천하셨기에 호상입니다만, 저는 어머님과 멀리 떨어져서 지낸 시간이 많아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처럼 고국에 부모님이 계시면 제일 안타까울 때가 아프시거나 소천하실 경우가 아닐까 … 장례식에서는 눈물을 많이 흘리지 않았으나, 동생 집에 돌아와 침대에서 남몰래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불효한 시간이 많아서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에 말입니다. 아들로서 어머니에게 성경에서 가르친 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불효의 죄도 용서해주시는 주님에게 감사드릴 뿐입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이 있기에 눈물을 훔칩니다.
어머님 시신을 화장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잠시 후 한줌의 흙으로 제 손에 주어졌을 때 다시금 죽음 앞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정말 짧은 인생, 얼마나 소중하게 보내야 하는지 깊이 깨닫습니다.

성경이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 90:10) 라는 말씀대로, 나 자신도 이제 길어야 15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니 아까운 남은 시간을 더욱 보람있게 보내자고 결심해 봅니다. 더욱 주님을 의지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기 원합니다. 주님의 나라와 의를 위하여 살기 원합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소원합니다.


감사한 것은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베푸신 성도님들과 친구들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위로가 귀한 분들을 통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육체적으로 가족이 되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주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을, 만남을 끝까지 좋게, 은혜스럽게, 서로에게 축복이 되는 아름다운 끝맺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0월입니다. 10월이 되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라는 노래입니다.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곡이지만, 오래 전에 주님 사랑 생각하면서 가사를 고쳐서 불러 보았습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매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성령님, 오늘은 어떤 은혜를 주실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주님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주를 보고, 주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주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주님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주님이라는 걸 주님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선선한 바람과 갖가지 색깔을 자랑하며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선하신 주님의 손길들을 느낍니다.

주님의 은혜로 만족한 삶, 다른 바램이 필요 없는 삶,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며 소망 가운데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모두 주님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고백해 봅니다. 주님께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영광을 받으시옵소서!

<한태일 / 목사(가든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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