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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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정

2022-09-19 (월)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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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한 연못 위에 조약돌 하나 떨어지면 파장이 어떻게 되는가? 잘 나가던 어느 집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책임지던 가장의 갑작스런 유고시 그 집안의 가세는 어떻게 될까? 적과 적대적 극한 대치상태에서 지도자의 갑작스런 유고시 국가의 장래는?
평상시엔 잘 모르던 사람의 본모습이 비상사태에서는 의외로 잘 나타남을 목격할 수 있겠다. 비상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사람을 알고 싶으면 같이 여행을 며칠만이라도 해보시라. 금방 그가 어떤 류의 사람인가가 대충 드러나게 된다.

전에 살던 동네의 내 이웃은 공주들만 4명이었다. 가장은 미 육사를 졸업하고 대령 제대 후 사업가로 변신해 주로 지방과 외국여행을 자주하는 분이셨다. 병환으로 갑자기 60대 초반에 세상을 뜬 후 그 집의 가세는 급격히 쇠락해짐을 목격할 수 있어 가슴이 참 아팠다.
그분이 애지중지 하던, 유수한 대학에 입학한 막내딸은 무슨 알러지 병으로 급박하게 병원을 드나들더니 뇌에 심한 후유증으로 사람 구실을 못하고 안주인은 전형적 가정주부로서 홀로서기의 곤란을 겪는 것 같았다. 얼마 안 있어 집을 매각해서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한 후 한두 번 만났었다.

한 집안이 이럴 진데, 국가가 온통 전쟁에 휩쓸렸던 국가들, 지금 당장은 우크라이나를 보면 국민들의 삶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얼마나 피폐해졌는가.
지도자들을 여러 부류로 나눌 때, 국민들이 누가 지도자인지도 모르고 마음의 평정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국가를 만든 지도자가 제일 으뜸이라 하지 않는가. 아마도 요순시대를 지칭하는 것 같다.


제일 나쁜 지도자는 폭군이다. 끊임없이 국민을 위협하고 법을 내세우며 강자들은 지키지도 않으면서, 말끝마다 “법대로”라는 허튼 말로 국민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다. 상대가 되지 못하는 나라와, 말은 침략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말려들었다고 변명은 하나 그 전에 외교술인지 통치력의 미숙으로 미리 전쟁 예방책을 강구해두지 않은 실책을 변명하기에 급급한 너무나도 형편없는, 존재하여서는 안 되는 가칭 가짜 지도자가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런대로 튼튼한 국가재정으로 잘 살던 국가들(하이티나 필리핀,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 등등)의 탐욕스런 지도자 출현은 국가재정을 거덜 냈을 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막대한 재산을 개인과 가족과 측근들만을 위해 빼돌린 사례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빈민국 등의 불명예를 안긴 국가 지도자들은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인간들이겠다.

민초들은 언제 어디서나 큰 것을 허황되게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공정하고 마음 편하고 남들과 사이좋게, 평화롭게 살고자함이 삶의 목표의 처음이고 마지막이다. 그저 강자, 있는 자, 좀 배웠다는 군상들은 좀 더 가지고자, 좀 더 나은 자리 차지하기 위해, 좀 더 제 이름 알리기 위해 오늘도 불쌍하게도 갖은 앙탈과 비루함을 보이니 한편 생각하면 그들이 오히려 불쌍하기조차 하다고 함은 비단 필자만의 의견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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