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 1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황동혁 ),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받으며 K콘텐츠의 지평을 넓혔다. 앞서 4일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 시상식에서 게스트상(이유미)과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 상도 차지한 바 있어 6관왕에 오른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작년 9월17일에 선을 보여 지난 1년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었고 출연진들에게 골든 글로브상을 비롯 각종 상을 선사했다.
‘오징어 게임’ 이전에도 2020년 한국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달성했고 2021년 영화 ‘미나리’로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2021년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으로 K팝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이처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된 한국 영화, 드라마, K팝 등 K콘텐츠 파워가 대단하다.
올 3월부터 4월까지 방영된 드라마 ‘파친코’ 는 코리안 아메리칸 이민진이 쓴 장편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애플 TV 플러스에서 제작 방영되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근대사를 알리고 억척같은 삶의 이민사를 들려주었다.
한편, 얼마 전에 한국에서 열린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와 세계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은 첫날부터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고 한다. 서울에서 처음 열린 국제미술장터에 한국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젊은 작가 작품들이 전시되면서 전 세계 아트 콜렉터와 미술가들이 아시아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한국의 잠재성 확인 및 한국미술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다.
이처럼, 한국은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미술 등 모든 문화 장르에서 세계 문화계에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K콘텐츠가 계속 잘 나가야 할 텐데 다소 걱정이 된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갈 것인가. 또 이러한 한류는 언제부터였을까?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진출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잘 나가는 K콘텐츠를 대하면서 19세기 유럽화단에 불었던 자포니즘(Japonism)을 떠올리게 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천하 패권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03년 에도시대를 연다. 일본은 1854년 미국의 매슈 페리 제독에 의해 개항하며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와도 조약 체결후 문호를 적극 개방했다.
이렇게 유럽에 일본이 알려지면서 에도 막부는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일본을 홍보하고자 채색화, 목판화, 병풍, 부채, 도자기(임진왜란 후 조선 도공이 전수한) 등을 7개월간 전시한다. 이 작품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다채로운 색채 사용과 원근법을 무시한 우키요에 기법 풍속화에 매료된 프랑스 화가들은 일본문화에 심취했다. 모네는 아내 까미유에게 금발 가발과 화려한 기모노를 입히고 한손에 일본 부채를 들고 춤을 추는 그림(보스턴미술관 소장)을 그렸다. 또 고호가 1888년 제작한 꽃이 만개한 과일나무 연작과 1890년 제작된 ‘꽃피는 아몬드 나무’는 일본풍을 그대로 보여준다.
19세기 유럽의 소설이나 미술, 오페라, 연극 모든 분야에 이 ‘자포니즘’ 열풍이 불어 일본영화와 만화, J팝으로 연결되었으나 이 유행은 30년을 넘지 못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생활을 이상적인 꿈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일본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환상임을 알자 일본에 대한 허상에서 벗어났다.
한국 역시 이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폭력과 살인, 생존경쟁, 좀비 영화나 드라마 이외에 지방 특유의 풍습, 향토 음식, 전통문화에 깃든 얼과 정신에 한국이 있다는 것을 보게 해야 한다. 한류와 관광, 문화와 경제가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 ‘꽝’ 아닌 ‘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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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