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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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 영국 여왕의 삶과 죽음

2022-09-15 (목)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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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왕이 죽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영국여왕은 아주 좋은 운명을 갖고 태어났었다. 공주로서 태어났다.

21세에 남편 필립 공하고 결혼했다. 26세(1952)에 여왕으로 즉위했다. 남편은 99세까지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작년 2021년 4월에 죽었다. 여왕 자신도 96세까지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살았다. 9월6일에, 떠나는 영국 총리의 사임을 보고 받았다. 그리고 신임 총리를 임명하는 행사를 거뜬하게 치렀다. 이틀 후, 8일에 별세하였다. 엄청나게 많이 축복받은 삶과 죽음이다!

수만 혹은 수억의 늙은이들이 바라는 죽음, 많은 사람들이 8899123이라고, 팔팔하게 99세까지 살았다가, 아팠다 하면 하루 이틀 앓다가 3일째 죽어버리는 죽음, 이런 죽음을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죽음인데, 이런 죽음으로 여왕은 죽었다. 이런 죽음도 운명적으로 타고난 죽음일까?


사람은 태어날 때 각자 자기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좋은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나쁜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하는 일마다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이가 있다.

왕이 되려면, 아무 누구나 되는 게 아니다. 우선 왕자나 공주로 태어나야 한다. 왕자나 공주라고 해서 다 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왕이 될 운명을 갖고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아무 누구나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으로는, 태어날 때 대통령이 될 좋은 운명을 갖고 태어나야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함부로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이다.

운이란 혹은 운명이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운명(운)이란, 매일 살아가면서 자기가 자기의 운명을 좋게 혹은 나쁘게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법을 지키면서 자기의 분수를 알고,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혹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자기의 운(운명)을 좋게 유지해갈 수가 있다. 반면에 법을 지키지 않고, 게으름 피우고, 거짓말하고, 도둑질하고, 사기치고 , 살인하고, 등 나쁜 짓을 행한다면 좋은 운명도 점점 나빠지게끔 돼 있다.

여왕은 많은 영국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었다. 왜일까? 여왕은 더 권력을 부리려고 하지 않았다. 더 부자가 되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더 유명해지려고 안간 힘을 쓰지 않았다.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다.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만 착실하게 수행했다. 여왕은 국민에게 겸손했다.

지금의 영국 왕실은 ‘힘’이 없다. 옛날에는 영국 왕이 국가의 주인이었다. 지금의 영국 주인은 국민이다. 총리와 의회가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모든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금의 왕실은 국민으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쉽게 없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아왔던 여왕이 죽음으로 해서, 앞으로의 영국왕실은 어떻게 되어질까? 여왕의 서거(죽음)를 슬퍼한다. 명복을 빈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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