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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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配慮)와 존중(尊重)

2022-09-12 (월) 이규성/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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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려고 할 때 빠르게 달려오던 차가 멈추어 서서 내가 건너갈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어 주는 운전자를 만났을 때, 식당 출입을 할 때 먼저 나간 사람이 문고리를 붙잡고 서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배려를 경험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사람의 마음은 아주 사소한 일, 작은 친절에 고마움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배려(配慮)의 사전적 의미는 “관심을 두고 생각해 줌” 또는 “마음 써 줌”이며, 존중(尊重)이란 “귀중하게 여기거나 높이고 중하게 여김”이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해 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주려는 겸손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이는 “내가 존중받고 있다” 라는 기분 좋은 느낌 때문이다.

한국 프로축구에서 한 때 ‘닥공’이란 말이 심심찮게 회자(膾炙) 되던 일이 있었다. “닥치고 공격”이란 말을 줄여서 쓰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전략”이라고 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권위적인 감독의 “작전 지시”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젊은 세대들의 유행어를 사용해 선수들의 정신 집중을 유도하려는 감독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선수에게 전달되어 어떤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이러한 힘은 바로 팀의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었을 터이니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닥공” 이란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심리적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왜 하필이면 “점잖고 유식해 보이는” 용어 대신 좀 낯설기까지 한 ‘닥공’이란 말인가?

젊은 IT 세대인 이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하는 친근 하면서도 짧고 간단한 그네들만의 공용어들이 많이 있다. 이를테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열공’이라든지 얼굴이 예쁘면 ‘얼짱’, 몸매가 멋지면 ‘몸짱’과 같은 언어들인데 ‘닥공’도 이런 언어의 일종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사소한 일 같지만, 젊은이들이 쓰는 용어를 통해서 선수들과 소통을 도모해 보려는 노력과 함께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려는 감독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닥공’이라는 말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배려와 존중은 이해와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는 겸손한 마음에서 자연스 럽게 우러나오는 정의적 요소이며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 주는 행동이기도 하다. 사실 남의 말을 잘 듣는다 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지식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나를 낮추려는 겸손한 마음과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태도가 앞서야 한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들어 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이며 그러한 행동이 바로 배려와 존중임을 알게 해 주는 징표(徵表)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에서는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나 사회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자녀의 경우에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예방할 수도 있으며 직장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퇴근한 남편의 ‘고생담’ 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어 하루의 피로를 풀어지게 해 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내의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는 친구도 좋지만, 함께 비를 맞으며 어려움을 나누려는 친구의 마음 씀씀이”, 그것이 바로 남을 배려(consideration)해 주고 존중(Respect)해 주는 마음가짐이 아니겠는가?

<이규성/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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