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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禮分施(이례분시) 以禮侍君(이례시군)

2022-09-08 (목)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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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禮)로써 나누어 베풀고, 예로써 군주를 섬긴다’는 뜻의 이 말은 순자(荀子)의 군도편(君道篇)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와 맹자를 잇는 유가(儒家)이면서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실천적 방법론을 제시한 순자는 군신지간, 부자지간, 부부지간, 친구지간의 교제 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를 갖추는 것이라 말했다 .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공자, 맹자, 순자, 노자, 장자, 한비자 등 동양 사상가들은 군주와 신하들에 대한 말을 특히 많이 남겼는데 이 말들은 현대의 지도자들에게도 해당하는 것이 많다. 순자는 ‘군주란 대야나 사발과 같고 백성은 물과 같아서, 대야가 둥글면 물 또한 둥글고, 사발이 모가 나면 그 안의 물도 모가 나는 것이다. 군주는 백성의 근원이니, 근원이 맑으면 흐르는 물도 맑고, 근원이 탁하면 흐르는 물도 탁하다. 그러므로 군주가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백성에게 이익을 주지 않으면 백성들의 사랑을 얻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는 ‘정사(政事)를 닦고 나라를 빛내려면 그에 합당한 사람을 구하는 것만 한 일이 없다’며 훌륭한 인재를 구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예를 융성하게 하고 법을 지극하게 하면 나라는 항상 떳떳하며, 어진 이를 존경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발탁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의논하고 공정하게 살피면 백성들이 따르며 의심하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은 상을 주고, 남의 것을 탐내는 사람은 벌을 주면 백성들은 게으르지 않으며, 정사를 두루 듣고 밝게 처리하기를 고르게 하면 천하는 자연적으로 돌아오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혜로우나 불인한 사람(知而不仁), 인하나 지혜롭지 못한 사람(仁而不知)은 모두 쓸모가 없으며 지혜롭고 인(仁)한 사람이야말로 군주의 보배이다. 그러한 사람이 없이 공로가 있기를 바란다면 그보다 더 큰 어리석음은 없고, 어질지 못하고 어리석으며 부패하고 사특(邪慝, 요사스럽고 간특함)한 사람과 함께 군주가 일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의 지도자들을 선거로 뽑는 현대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또한 순자는 신도편(臣道篇)에서 신하는 아첨하는 신하, 찬탈하는 신하, 공로 있는 신하, 성스러운 신하의 네 종류가 있는데, 안으로는 백성을 부리지 못하고 밖으로는 족히 어지러움을 막지 못하면서도 교묘하게 민첩하고 아첨을 잘하여 군주에게 총애받는 신하가 아첨하는 신하요,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명성 얻는 짓은 잘하며 친한 자들끼리 당파를 만들어서 군주를 둘러싸고 미혹되게 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일에 힘쓰는 자가 군주의 권위를 찬탈하는 신하이니 이런 자들을 등용하면 군주와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고 했는데 지금 시대의 정치인 중 어떤 사람들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나라와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 중에서 막말과 욕설, 거친 행동, 거짓말, 궤변, 망월견지(望月見指)와 같은 본질 흐리기 등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이들을 보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도 없고 옛 성현들이 그토록 강조하던 예(禮)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겉에 드러나는 말과 행동거지에 예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그 사람 내면의 참모습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는 순자의 가르침은 이 시대에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듯하다. gosasungah@gmail.com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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