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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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은 지키고 나쁜 버릇은 버리자

2022-09-06 (화) 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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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듯 조금씩 다른 사전적 의미를 갖지만 나는 우리말 고유어인 버릇으로 풀이한다. 한번 길들여진 습관과 버릇은 그 사람의 팔자를 만들고 습관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누구에게나 있는 습관과 버릇은 다른이에게 피해가 없다면 좋은 방향이나 비슷한 다른것으로 바꾸도록 노력하고, 다른이의 습관과 버릇은 그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므로 내 맘에 들게 바꾸도록 강요하지말고 이 또한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세계 어디를 가든 4시면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인 나는 미국에서도 일찍 출근하는 남편 도시락을 싸 보내고, 집안일 하고,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환해지면 걷거나 텃밭에 있거나, 일한 만큼 쉰다는 원칙에 따라 아침 잠을 조금 자고, 오전에 모든 일과를 끝내고 어두어지기 전에 들어오지만, 밤이 되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밤도깨비 남편을 따라다닌 다음날은 녹초가 된다. 예전부터 우리집은 아침일찍 온 동네 집 앞 골목길을 빗자루질을 하면서, 신문배달 우유배달과 아침인사 나누고, 우리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떡집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 꽁다리와 자투리 콩인절미를 꼭꼭 얻어 먹었다. 대신에 초저녁 잠이 많아서 어쩌다 저녁밥이 늦어지면 동생과 나는 밥상 앞에서 졸았고, 고3 때도 밤새워 공부를 한 적이 없었다.

나와는 다르게 아침 일찍은 죽어도 못 일어나는 친구는 중 고등학교 6년을 지각대장으로 구박을 받았으나, 대학에서는 오후수업을 받고, 밤문화를 실컷 즐기고, 지금은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택해 수당도 더 받고 몸과 마음이 편해 좋다고 하니 각자 자신의 생활 습관과 버릇에 맞춰 살아간다.
좋은 습관은 조금만 게을리해도 도로아미타불 꽝이 되고, 익숙해진 나쁜 버릇은 버리기가 힘들어서 세 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고 하고, 제 버릇 개도 줄 수 없다고 한다.


작심삼일이라는 3일을 지냈고, 3주를 견뎌서, 세달이 지나고 나니 이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는 좋은 습관이 만들어져, 똥배도 쏙 들어가고, 밤에 잠도 잘와요! 호!호!호! 모두들 함께해요! 할 줄 알았지만, 세달이 지나고 언젠가부터는 비, 눈, 꽃가루, 햇볕이 내리쬐는 날은 쉬어야하고, 이제는 가볍게 30분만 지팡이와 함께 동네를 걷고, 매일 아침 수영장에 갈 때마다 약 먹으러 가자는 주문을 외우면서 가야하고, 토요일 일요일 주말엔 운동도 핑계를 대며 무조건 쉬려고 한다.

반복하면 좋은 습관은 대개 건강이나 학업과 관계가 있지만 지키기가 참 귀찮고 어렵다.
술이나 커피 음료수보다는 보리차를 좋아하고, 밍밍한 맛을 좋아하는 나는 피검사를 하면 콜레스테롤, 지방간, 혈압 때문에 조마조마한데, 콜라, 음료수, 감자튀김, 짭짤한 반찬, 달달한 커피와 과자,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남편은 깨끗한 정상이라니, 좋은 습관이나 버릇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가끔씩 쓰려고했던 감사일기는 생략하고, 이제는 누군가를 생각날때만 칭찬하고, 식사 후엔 천천히 걷는게 좋다지만, 걷기보다는 천천히 뒷정리 하면서 천천히 후식을 즐긴다.

나는 긴장하거나 생각에 잠기면 손톱을 물어뜯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다. 시험때면 손끝이 너덜너덜 하도록 물어뜯고, 누군가를 미워하면 더욱 심했는데, 나이가 들어 느긋해지면서 좀 괜찮은가 싶더니, 무릎이 아프면서부터, 잠 못이루는 밤이면 별하나 밤사이에 물어뜯은 손톱부스러기를 모으며, 오늘은 단백질과 칼슘을 보충하려면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후회한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의 습관과 버릇 속에서 후회하고 칭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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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慣 익힐 습, 버릇 관) 어떤 행위를 오랫 동안 되풀이 하여 저절로 익혀진 긍정적 행동 방식
(버릇) 오랫동안 반복하여 몸에 익어버린 부정적 행동 방식
(Routine 루틴) 습관적이며 반복적 동작이 정해진 순서로 연결된 버릇
(Ritual 리추얼) 습관적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매일 같은것을 의식처럼 행하는 행위

<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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