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한국의 대통령이 당연직 의장인 민주평통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회장으로 임명 받은 지 1년이 되었다, 이제 그 후반 1년을 시작한다. 무보수 봉사직으로 임명 받은 90여 자문위원님들과 함께 그 동안 의장이 바뀌었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 ‘나는 매일매일 결단한다.’ 사생결단하듯하고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 이 말은 실제로는 지극히 실용적인 기업교육에서 비롯되었던 말이다.
무슨 일이든지 추구하는 뜻이 아무리 크고 위대하다 하더라도 그 바탕과 출발, 배경은 아주 익숙한 일상에서부터 혁신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인 것이다. 실용주의자들의 사회혁신 방법론이다. 어느 누군들 삶의 목표중에 ‘파라다이스(樂園)’를 꿈꾸지 않았을까만 대부분 실락원(失樂園)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복락원(復樂園)을 소망한다는 것이 사상가 밀턴의 기독교적 세계관이다. 지난 1년의 꿈과 좌절, 그리고 새로운 1년은 도전으로 그려보고 싶은 심정이다. 각각 ‘맡은 자’들이 임무의 시작과 끝에 새겨둘만한 고전이다.
각 개인도 그 내면에서는 매일매일 선과 악이 충돌하고 있다. 하물며 복잡한 사회 현실에서의 인간관계에는 선악(善惡)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나와 너, 내편과 네편은 필연적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천적(天敵)의 존재보다도 오히려 동종(同種)간의 투쟁이 훨씬 치열하다. 그것은 물리적인 숙지성(熟知性)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체로 수긍이 간다. 원수는 멀리에 있지 않다. 서로 가까이 지내다 보니 이빨사이에 끼인 고춧가루(결점)도 보인다. 생판 멀리 떨어져 있으면 ‘관계’라는 것이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식을 보면 그의 부모를 알 수 있고, 목회자를 보면 신도를 알 수 있다고 했다.
회장은 회원들의 거울이요. 회원들은 조직의 얼굴인 것이다. 참기 힘든 분노라도 창조의 에너지로 주저없이 바꾸어야만 한다. 조직의 생명은 사람이요. 그 조직에 사람이 없으면 아주 조그만 성취도 이루기 힘들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선한 관계와 영향력을 점차 늘려가야 하는 이유이다. 리더의 솔선 못지않게 ‘리더보다 더 리더같은’ 멤버십이 그래서 중요하다.
벌써 절반이 지난 아쉬움 속에서도 아직 절반이나 남아있다는 걸 희망으로 가 납(嘉納)하려 한다. 학창때 민족주의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사상을 접하고 난 뒤부터 민족의 통일이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자리매김되어 갔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 한인 동포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문화, 체육 등 사회전반을 통일의 시각에서 관찰하고 판단하는 게 일상이 된 지 40여년이 넘었다. 그리고 평통회장 1년을 했다. 짧게 지나간 1년, 그동안 몰랐던 동포사회 곳곳의 여러분들과 가리지 않고 만났다. 또한 평통 내부적인 안정과 효율을 위해서 ‘통일’에 대한 이해와 학습보다는 우선 자문위원들과 가급적 자주 만나려고 했다.
그리고 의견을 경청하고 받들었다. 물론 타 지역 평통 행사에도 참석하여 벤치마킹과 노하우를 임원들과 공유해서 ‘나홀로 도그마’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 그래도 부족함이 참 많다. 시간경제적차원에서 출발한 ‘서로 나누는 통일이야기’는 35회가 시리즈로 나가고 있다. 일상에서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해외동포들의 통일관을 언론과 SNS에 공유하였다. 여러분들께 감사한다.
1년전 임명되었을 때의 각오와 다짐은 변함이 없다. 대의멸친(大義滅親)이 당연함에도 갑작스런 임명에 평소에 가깝게 생각을 나누었던 분들의 보충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였지만 오히려 부족한 협의회장을 위해 서로 앞다퉈 협조해 주신 위원 한분한분이 소중하고 감사한 1년이다. 예기치 않는 어깨부상 6개월의 공백을 메꿈해 주신 스탭진에게도 또한 감사한다.
‘통일’은 민족의 공동 감정이다. 마치 독도는 우리땅처럼, 하지만 한편으로는 통일은 가장 비현실적이요, 비능률이요, 비생산적인 일로 비치기 쉽다. 통일문제를 앞에 놓고는 8천만 민족이 힘을 합해도 버겁고 어렵다. 그러므로 통일을 향한 노정(路程) 만큼은 오른 길도 왼 길도 아닌 ‘옳은 길’이라는 일념으로 대해야 한다. ‘어머니’를 대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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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위싱턴 평통회장,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