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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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사랑

2022-09-01 (목) 홍희경 / 전 연세대 미주 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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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이다지도 무덥고 폭풍우도 간간히 내려쳤다. 이제 여름도 다 가고 처서도 지나고 아침이면 서늘한 기운이 든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케 울었나 보다.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그렇게 울었나 보다. 서정주 시인은 여름을 보내면서 가을을 맞이하는 ‘국화 옆에서’ 아름다운 음률로 우리의 마음을 적셔 주었다.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하여 강아지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산책나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행중이나 아침 먹기 전에 산책을 안 다녀오면 아침밥이 안 넘어간다. 습관이 참 무섭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6월중순부터 야생의 산딸기가 집 근처 오솔길에 무르익어 이슬에 맺힌 산딸기를 20개 정도 따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비타민C의 효능으로 몸이 가뿐해진다.

6월말에 위스컨신에 사는 딸과 사위 손주 둘이 와서 집에 머물면서 저녁먹고 7살된 손주와 바구니 들고 둘이서 야생 산딸기를 한 150개 정도 따오곤 했다. 어느덧 7월중순부터 강우량이 풍부하여 깻잎이 무성히 자라 아침에 거의 매일 100매씩 따오곤 했다.
산책길 약 1마일 정도에 깻잎이 무성히 자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골프치는 동료들과 저녁 먹으면서 깻잎을 내밀면 고기를 싸먹으면서 향긋한 내음에 좋다고 야단들이다.
깻잎에는 나의 어릴적 향수가 묻어있다. 어머니께서 뒷마당에 텃밭을 만들어 깨를 심으셨다. 깻잎을 따서 부각 만드실때 2장씩 넣어 들기름으로 지져서 먹으면 이만한 간식거리는 더 없었다. 그리고 가을에 깨를 털어 엿기름에 섞어서 과자를 만드시는데 이름하여 “깨다식” 을 내놓으시면 동생들과 서로 먹겠다고 야단들이었다.

작년에 99세로 소천하신 정다운 어머니 얼굴 모습이 깻잎에 서린 이슬에 비쳐지면서 보고싶은 마음에 “엄마” 라고 불러본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깻잎 효능에는 시금치보다 2배 이상의 철분이 함유돼 있어 깻잎 30g을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철분 양이 모두 충족된단다.
또한 체내 염증 완화와 항알레르기 효과, 기침이나 콧물, 재채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단다.

고마운 것은 사슴이나 다른 동물들이 깻잎의 독특한 향 때문에 안 먹는 거다.
더 고마운 점은 깻잎이 길가에만 자라고 숲 안에는 안 자라서 손만 내밀면 쉽게 딸 수 있다는 거다.
이 무궁한 자연의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맑은 공기와 햇빛을 주시고 울창한 삼림을 주신 창조주의 오묘한 섭리와 현재에도 창조의 역사가 이루어짐에 송축드리며 하루를 영위하고 있다.

<홍희경 / 전 연세대 미주 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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