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최고 양념의 자리를 지키는 고추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고추지지대 꼭대기에 사뿐히 올라앉은 잠자리의 여유로움과 햇볕을 즐기는 계절이지만 농부는 태양초 생산을 위해 꿀벌처럼 바쁜 시기이다.
고추나 고춧가루를 사기 위하여 고추상회에 가면 주인으로 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 고추는 더 비쌉니다."
‘이 고춧가루는 더 비쌉니다."
왜냐고 물어보면 두말 할거 없이 “이건 태양초 입니다." 혹은 “이건 태양초로 만든 고춧가루입니다"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집 텃밭에서 첫 수확한 붉은 햇고추를 실내에서 3일간 숙성 시킨 후 햇볕에 말리려고 덱(Deck)에 펼쳐 놓았다. 고추상회 주인이 이 고추는 더 비싸다고 말하는 그 태양초를 만들기 위해서 이다. 양질의 태양초를 만들려면 비가 오나 안 오나 매일 시시각각 일기예보 확인하고 하늘을 수시로 쳐다 보아야 한다. 품질 좋은 태양초는 농사꾼의 정성과 열정과 양심에 달려있다.
건조방법, 종자, 재배지역, 상품 등급, 길이의 구분 등으로 건조한 고추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태양초, 양건초, 바람초, 상초, 세척초, 화건, 기계초, 중초, 하우스초, 녹광, 가위초, 수비초, 영양초…”
그 중에 가장 인기있는 건조 고추는 역시 ‘태양초’ 이다. 기본적으로 고추는 수확하여 그대로 건조시키는 방법이 있고, 수확 후 꼭지를 손으로 뽑아내어서 건조시키는 방법이 있다.
보통 가위로 꼭지를 제거한 태양초를 ‘꼭무’라고 하고, 손으로 꼭지를 뽑아낸 태양초를 ‘손꼭무’라고 말한다
빨강 고추 수확이 한창일 때 농부는 태양초를 생산하기 위하여 하늘을 쳐다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해가 솟아 오르고 아침 이슬이 사라지면 온종일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장소로 옮겨 가면서 빨강 고추를 널어 말려야 한다. 해가 떨어지면 고추를 거두어 실내로 가져와서 펴놓아야 한다. 그리고 썩지 않도록 선풍기를 틀어 준다. 비가 자주 오거나 장마철에 태양초를 만들기란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다. 최상품의 태양초는 농부의 정성과 부지런함만 가지고 만들어지는 일이 아니다. 하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방부제, 무색소, 무살충제 방법으로 색깔 빛깔 맛깔의 3박자 무공해 태양초 고춧가루를 생산하여 맛깔스런 김치를 담궈 식탁에 올리려면 농부의 끊임없는 인내와 열정이 필요하다. 김치는 물론 고추를 지지고 볶고 가루내고 튀기고 씨와 기름까지 짜서 먹는다.
태양초는 물로 세척해도 되지만 품질 향상을 위해 물을 꼭 짠 깨끗한 수건으로 고추표면을 하나하나 닦는다. 고추속까지 붉은색으로 익히기 위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3일 숙성시킨 후 노지에서 직접 태양광선만을 이용해 백 퍼센트 자연 건조로 말린 고추이며 밝은 선홍색을 띠고 있다. 손이 많이 가고 건조 시일이 길다. 그래서 귀하고 비싸다.
화건은 고추건조기를 이용해 속성으로 말린 고추이고 탁한 검붉은색을 띠고 있다. 반태양초는 일정시간 건조기를 이용해 건조한 후 2~3일간 햇볕에 널어 말린 고추이다.
고추 농사는 재배기간이 길다. 보통 1월 말 파종하여 90일 동안 모종으로 키운 다음 꽃샘 추위를 피해서 5월 초 본밭 또는 텃밭에 심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물도 주고 잡풀도 뽑고 거름도 주면서 계속 신경쓰며 관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8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여러 번 수확한다.
또한, 고추 농사는 손이 많이 간다. 고추는 키가 작아서 재배할 때 허리도 아프고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작물로 꼽힌다. 바람에 약해서 2~3번 비닐끈으로 묶어서 지탱해야 한다.
유기농 재배를 위해 일일이 손으로 제초해야 하고, 하나하나 사람 손으로 따야 한다. 붉은 고추 한 통 따고나면 땀도 한 통 만큼 흠뻑 흘린다. 재배도 까다롭고 따기도 힘든데 고품질 태양초를 생산하려면 세척에 건조까지 해야 한다.
태양초는 텃밭 농부가 찜통 더위에서 흘린 땀의 댓가이고 기다림의 산물이다. 쨍쨍 내리 쬐는 햇볕에서 무공해 태양초로 건조되는 붉은 고추를 보면 농부의 마음이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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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