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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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글을 부끄러워 하는가?

2022-08-21 (일) 권명원 / 한글 서예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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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한미동맹친선협회라는 곳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식으로 이름을 지어 전달 했다고 한다.
이 협회가 전달한 것은 ‘배지성’ 이라고 이름을 지어서 한자로 쓴 것을 족자로 표구한 것이다.
이 족자에는 ‘미합중국 배지성 대통령'이라고 한자로 쓰여있다. 그리고 이름을 짓게된 배경 설명에 의하면 한국에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는 평택을 본관으로 한 평택 ‘배'씨에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다는 의미로 ‘지성'(땅지에 별성) 이라는 이름으로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납득이 안가는 것은 이름을 지어 쓴다 하더라도 한글로 ‘배지성'이라 쓰고 굳이 의미를 생각한다면 곁에 작은 글씨 한자로 써도 될 일이다.
이렇게 이름을 지어서 한자 족자를 선물한 것에 대해 절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대상과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해서다.
국민을 대표한다고 하면서 대통령이나 국가지도자 주요 인사들에게 선물할 때 족자나 액자에 우리글이 아닌 한자로 써서 선물하는 것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특히 이름을 써 줄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외국인의 이름은 알파벳을 보고만 쓰면 안된다. 영어의 발음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에게 듣고 쓰는 것 보다는 본인의 발음을 잘 듣고 써야 한다.

오래전에 레이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때 한국의 신문마다 ‘리건 대통령 당선' 이라고 했다가 며칠 후에 정정하여 ‘레이건'으로 고쳐 쓴 예도 있었다.
우리 한글이 우수하다고 하는 것이 무엇 때문일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웬만한 소리와 발음을 한글로 받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만해도 그렇다.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 이라 했더라면 모두가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었다. 대개의 외국인들은 한국어로 자신의 이름을 받았을때 매우 기뻐하는 것을 보았기때문이다. 왜. 어째서 한글을, 아니 한국문화를 부끄럽게 생각하는가?

배지성이란 한자로 쓴 것을 걸어 두고 보는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은 아직도 중국문화를 못 벗어 났고 중국의 한자를 쓰고 있는 나라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는 깨닫는 지금부터 한국인의 긍지를 갖고 한글을, 한류를, 한국의 문화를 자랑하기를 바란다.
세계는 지금 한류 가운데서도 ‘한글'에 휩싸여 있다. 세계 곳곳의 대학에서, 세종학당, 한글학교, 심지어 유튜브를 통해서까지 한글을 배우고 있다. 이런 때를 잘 이용해서 국격을 높이고 긍지를 갖는 한국인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

<권명원 / 한글 서예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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