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 진심편(盡心篇) 24장에서 유래하는 말로 ‘빛을 받아들이는 곳은 반드시 비춘다’라는 뜻이며 원래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한 말이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실천과 교육을 강조한 맹자는 군주가 백성을 잘 다스리는 일보다는 백성을 잘 교육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고, 특히 학문은 시야를 넓게 하고 원천을 깊게 하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폭넓고 깊이 있는 교육 (Breadth and depth in education)’을 강조하는 것과도 일치한다.
교육의 표준을 높은 곳에 두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고 가르친 맹자는 ‘공자가 노나라의 동산(東山)에 올라 내려다보고 노나라가 작다고 여겼고, 높은 태산(泰山)에 올라서는 천하가 작다고 여겼다.
바다를 보면 다른 물은 물이라 하기 어렵고, 성인의 문하에서 배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어렵다‘ 하였으며 또한 학문의 구체적인 접근 방법으로 ‘물을 보는데도 방법이 있으니, 그 물결을 살펴야 하고, 해와 달은 밝은 빛이 있어 빛이 용납하는 곳은 반드시 비춘다(용광필조)’ 하였으니 이는 성인의 이상은 높고 커서 그에게 닥쳐오는 작은 것, 험한 것을 모두 감싸고 어루만지며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물이 웅덩이를 채우고 앞으로 나가듯, 해와 달의 큰 빛이 모든 곳을 비추듯, 그 어느 것도 빠뜨리지 말고 꾸준히 노력을 통하여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도 논어 자로편(子路篇)에서 ‘서두르면 도달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고 제자들을 가르쳤고, 또한 순자(荀子)는 불구편(不苟篇)에서 학문의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 그 문채(紋採, 광채라는 뜻)가 아무리 작은 틈이 있어도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용광필조’는 학문의 꾸준한 정진을 뜻하지만, 그 원의(原意)에서 더 나아가면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의 빛이 반드시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올해는 일제의 부당한 강점에서 해방된 지 77주년이 되는 해.
그러나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 ‘빛을 다시 찾은 날’이라는 뜻의 광복절(光復節)을 무심하게 보낼 때가 많다. 정인보(鄭寅普) 작사의 광복절의 노래 2절은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다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라며 우리 민족의 웅비(雄飛)를 위한 희망과 각오를 격려하고 있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6.25전쟁과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끊임없이 겪으면서도 온 국민이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피땀 흘려 일했으며 그 결과, 지난 77년간 경제, 문화, 학술, 예술, 체육, 과학, 기술, 선교 등 수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빛을 발하고 있으니 광복절 노래의 가사가 더욱 새롭게 마음에 다가온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민자 역시 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한국인의 기개와 기상과 재능을 떨치며 각자의 빛을 발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이제 또 다시 광복절을 맞으며 북녘 땅에도 희망의 빛이 모든 틈새를 뚫고 곳곳에 비추어 북한 동포들도 참된 자유와 인권과 풍요를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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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