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평소 배변할 때 특별히 불편한 문제가 없으면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매일 하루 한 번 보는 것이 정상이지만 설령 이, 삼 일에 한번 변을 보거나 하루 한, 두 번 변을 보더라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면 배변에 관한 한 정상이라 생각하고 살기 마련인 것이다. 물론 당장 약을 써야 할 정도로 불편한 것이 아니라면 미리 사서 걱정할 만한 큰 질병이 있을 가능성도 낮다.
‘연변 경향’은 질병이 아닌 체질 현상이다
평상시 설사를 자주 하는 분들 중에 꼭 설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변기에 풀어지는 변, 묽은 변을 자주 보는 패턴을 가진 이들을 ‘연변 경향자’ 라고 한다.
이런 이들은 보통 때는 정상적인 변을 보다가 때때로 묽고 퍼지는 변을 보기때문에, 특별히 이로 인해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불편은 느끼지 않고 산다. 그러나 이런 배변 성향을 가진 이들의 경우 많은 이들이 정상적인 변이라도 보통 하루에 두 번 이상 변을 보는 경향이 있고, 술을 마시거나 찬 성질, 냉한 음식을 먹으면 쉽게 설사나 묽은 변을 보게 된다. 약간 부패한 음식을 먹었을 경우, 같이 먹은 다른 이들은 괜찮은데 자신만 배가 아프면서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하루 이틀 안에 배변상태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이를 병으로까지 인식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태가 병은 아니지만, 선천적으로 장이 민감하고 허한 체질을 타고난 사람이란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연변 경향자들은, 타고난 장의 취약성 때문에 다양한 대장질환들에 남들보다 쉽게 걸리는 체질적 취약점을 가지게 된다. 이는 질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체질 현상이다.
체질의학의 관점에서 특정인이 유독 특정 질병에 취약하거나 잘 걸리는 원인은 원래부터 타고난 그 사람의 체질 경향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이를 ‘경향성 원리’라 하는데 다양한 대장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은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 이전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적 취약성이 근본 원인이다. 따라서 대장병 치료에 있어서도 증상을 해소시키는 것 외에 취약한 장기능의 회복과 보강이 더 중요한 관건이 되어야 한다.
연변경향자들이 잘 걸리는 병: 기능성 설사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
기능성 설사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최소 3개월 이상 설사를 자주 하고, 묽게 퍼지는 변이 지속되는 상태이다. 배가 아프지도 않은데 묽은 변이나 설사가 반복되어 내시경 등 정밀 진단을 해 보아도 대장 내벽의 염증 같은 기질적 원인이 발견되지 않을 때 진단된다.
이런 경우 설사약을 쓰기 전에 자극성이 있거나, 성질이 너무 차고 냉한 음식을 먼저 조심하는 생활 치료가 우선이 된다.
연변 경향자가 잘 갈리는 또 하나의 질환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실질적 병변 없이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기능성 설사와 같은 범주에 속하지만, 설사 이외에도 복통, 가스팽만, 소화불량 등 다른 증상들도 함께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그 외에도 복부 경련, 불규칙한 배변, 헛배 부름, 냄새나는 방귀, 속 쓰림 같은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면서 기능성 설사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양상을 띠는데, 치료에도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질환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특징적 증상은 배변을 일단 하고 나면 완화되는 복통이 있고, 주 발병 원인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자율신경이 필요 이상으로 자극되는 것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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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