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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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생 님을 추모하며

2022-08-03 (수) 김유숙 / 워싱턴여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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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으로, 가슴 떨리는 꽃내음으로,
집 앞으로 날아드는 하얀나비로만 이제부터 당신을 만나겠습니다.
초저녁 하늘의 별이 유난히 반짝이면 당신인줄 알겠습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그 자리에 우리도 당신을 바라보고 있겠습니다.
당신은 미국이라는 큰 나라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잇는 민간외교관이 되어
워싱턴여성회라는 단체와 함께 40여년을 동고동락 했습니다.
당신의 삶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질곡의 역사와 함께 했습니다.
파란만장한 곡예사와도 같은 당신의 삶은
이제 승리의 삶으로 우리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일찍이 잃고도, 알토란 같은 아들을 먼저 보내고도,
백합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잔잔한 웃음은 결코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강인해 보였지만 수줍은 사춘기 소녀같은 천진난만함은
애써 숨길수가 없었습니다.
이젠 셰넌도어 스카이 라인을 오를때면 당신이 보고싶어질 것입니다.
블루리지 산맥을 내려다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눈을 감고 가슴을 열어
당신과의 추억을 조우해 보겠습니다.
이사님, 솔직히 사랑도 다 못했는데 이별은 더욱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슬픔이 당신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도록
당신을 향한 그리움속에 이 큰 슬픔을 깊숙히 묻어두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슬픔을 뒤로하고 당신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 쌓았던 추억과 사랑의 기억들은 꼭 붙들고 있으렵니다.
마지막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살포시 당신에게 속삭이고 싶습니다.
“이사님, 지금까지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김유숙 / 워싱턴여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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