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자연이 전하는 이야기

2022-07-13 (수) 박보명 / 매나세스, VA
크게 작게
공원에 나가 마음 수련을 할 때마다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탁 트인 공간에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수채화되어 신의 화랑에 온 느낌이다.
숲길을 걷다가 넘어진 나무 등걸에 앉아 심호흡을 하며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 온 이름 모를 새 두 마리가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 찍찍 째직’ 하는데 가만히 귀기울여 들어 보니 사람소리로 환청되어 들리는 것이 아닌가.
“어이 사람들이 이상해졌어! 코로나 감염 때문에 정신이 나갔나 보네. 지금이 서부개척 시대도 아닌데 총질을 하고 야단이니 말이야! 예전에는 사냥을 하면서 짐승을 죽이고 인디언의 땅을 뺏느라고 사람을 해치며 악당들을 처치 했는데 지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무데서나 총을 휘둘러서 야단이지 뭐야!

사람들이 지구를 정복하고 우주까지 날아 가더니 온통 눈에 보이는 것 없는지 법도 없고 사람도 안 보이고, 장난도 아니고 한번 해 보는 연습도 아니고 놀이도 아닌데 알 수가 없네. 우리 새들은 서로 죽이지 않지. 다른 새들까지도 품어서 살리는데 하긴 사람들은 매일 세계대전을 하고 사는지 모르지. 세계 곳곳에서 평화라는 이름으로, 해방이라는 명분으로 전쟁놀음을 하고 있으니 그리고 대포로, 로켓으로, 미사일로 수없이 쏴대고 있으니 말이야 전쟁놀이를 하는건지 사냥놀이를 즐기는지 알 수가 없네!’”
가만히 듣고 있던 나무가 하는 말이 “말질은 어떻고? 시도 때도 없이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뉴스는 새로운 것도 아닌데 아나운서는 입도 안 아픈가 봐?.

매일 매 시간 전해도 시작도 끝도 없는 소식을 퍼나르느라고 정신이 없는 것 아냐? 한 이야기를 또 재탕하고,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쬐끔하고, 지구가 돌아 가는지 사람이 돌아버리는지 혼동이 오가는데 사람들은 잘도 참고 들어주는 건지 모르겠네! 말이 많으면 들을 말이 없다고 하면서 설교하는 사람은 많고 경청하는 사람은 적고, 전부가 잘난 사람 입질하는 사람만 있는 세상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한다. 전부가 말질에 익숙해서 ‘너는 떠들어라. 나는 안 듣는다’ 인가보다.”


다음은 무성히 자란 풀들이 끼어 들어 “너희들 무슨 말을 하니? 총질, 말질 그보다 더한 걸 몰라? 인간이 놓고 간 ‘스마트폰’ 이거 보통 시끄러운 물건이 아니네, 혼자 못사는 성질 때문에 전화가 극성을 부리더니 이제는 화면보며 희희덕거리는 정신병자들이 수두룩하데. 거리에 나가보면 혼자 중얼거리며 더러 끄떡이고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전하면서 깔깔대는 아가씨들이 아찔한 경우가 다 폰질 때문이라나!
자면서도 같이 끼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골치를 앓는 부모들은 사정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골치덩어라네. 우리는 얼마나 다행이냐? 흔히 사람들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인간으로 세상에서 살고 싶지않아!”

이때 바람이 지나가며 슬며시 조언을 한다. “자네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두 맞는 말이네. 그러기에 하늘은 인간에게 종교를 주었지! 신부가 고해 받은 비밀을 소화를 못해서 또 다른 신부에게 다시 고해 성사를 드린다고 하네. 스님이 백팔 번뇌를 해서라도 수많은 죄업을 위해 참선을 한다네. 그래서 묵언 수행을 하며 ‘깨어 있으라, 정신 차려라’ 하고 목탁을 두드린다네. 그러고 보니 온갖 열매, 구름, 산과 바람 그리고 영원히 흐르고 있는 시냇물과 온갖 자연들이 제 구실을 넉넉히 예전처럼 누리고 살고 있는데 사람들만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이란 명분으로 총질. 말질, 폰질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지 말기를 신에게 더 간절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보명 / 매나세스, 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