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을 느끼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동안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익숙해지면서 생기는 것을 보면 생득적 감정이라기보다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후천적으로 획득된 감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 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그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극복하고 그 사람을 능가해 보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중에는 한 때 이러한 감정을 품고 힘들게 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만 반면에 이를 승화시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열등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내가 남보다 못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감정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비교는 우리의 삶 전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것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나 대상이 다양하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힘겨워 하면서 체념하거나 자포자기하고 그 원인을 사회로 돌리면서 남 탓을 하다가 결국 우울증이나 심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열등감이란 이렇게 남과 비교해서 생겨나는 보편적인 현상일 뿐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어서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면 언제라도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이를 숨기려 하거나 부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할수록 더 골이 깊어지고 헤어 나오기가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운 열등감을 극복하고 멋진 삶을 산 사람들도 있다. 역사적 인물로는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느끼고 있던 학력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16대 미국 대통령이 된 링컨이 있으며 최근에는 부시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이던 콜린 파월의 예가 있다.
그는 스스로 “나는 그냥 흑인이고 그게 자랑스럽다” 라면서 흑인 특유의 액센트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만일 그가 늘 백인사회를 동경하기만 하고 흑인으로서의 한계만을 생각했었더라면 아마도 흑인 최초의 합참의장이나 국무장관이란 영광의 날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으로는 지난 2012년 개최된 6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피에타’로 최고 상인 황금 사자상을 받은 영화감독 김기덕이 있다. 그는 오늘의 자신을 만든 것은 “열등감”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면서 자신은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표현하고는 “열등감이란 새로운 기회로 통하는 문”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남과 비교하는 경쟁적 문화 속에서 느끼는 지나친 자기 비하의 감정은 삶의 질과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고 은연중에 부정적인 언어 행동과 태도를 학습하게 되어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회의와 좌절로 방황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들러(Adler)라는 심리학자는 열등감을 “자연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라고 했다. 이는 오늘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열등감이야말로 잠재 능력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숨겨진 에너지이며 이를 바탕으로 자아실현을 할 수도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이를 승화시킨다면 열등감은 새로운 나로 탈바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너지가 되어 바람직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지만, 이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극복하려는 의지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한 개인의 삶은 어제와 비교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생활양식이나 태도가 형성되어 간다는 설명과 함께 과도한 경우에는 왜곡된 인격이 형성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아들러(Adler)의 설명은 우리가 꼭 새겨 들어야 할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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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수필가,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