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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미쳤다

2022-07-11 (월) 이인탁 / 변호사/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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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 소토메이요 대법관은 자신의 대법원을 ‘악취(Stench) 나는 대법원’이라고 질타한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법원은 최근 100년이나 집행해오는 뉴욕주 총기휴대 규제법을 6대3으로 폐기하고 49년간 여성의 권리를 지켜온 로 대 웨이드(Roe v. Wade)를 6대3으로 폐기했다. 총기에 의한 집단살인(Massacre)이 줄을 잇는 요즘 총기 자체를 불법화하고 싶은 심정인데 총기 휴대규정을 강화하는 법을 폐기하는 발상은 미친 짓, 악취나는 짓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뉴욕주의 폐기된 총기규제법은 총기휴대 허가신청시 호신용으로 총기휴대가 필요함을 설명하라는 규정이 수정헌법 2항(2md Amendment)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내가 수차례 설한 바와 같이 호신용으로 개인의 총 소지를 위해서 마련된 헌법조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요즘 대법관의 다수가 이따위로 판시하고 있다.
백보양보해서 민병대(Militia) 외 개인에게 주어진 권리라 치더라도 총기휴대의 필요성을 설명하라는 정부 요구가 총기휴대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란 말인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생명을 보호하라는 헌법의 명령은 그들의 눈에는 안 보인단 말인가? 그래서 2nd Amendment는 폐기되어야 한다.

낙태는 여성의 권리로 판시한 Roe v, Wade, 410 U.S. 113 (1973)의 이슈는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맞는 논리다. 특히 종교적으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옳고, 낙태는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권리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법 차원에서 논할 때는 정교분리(政敎分理: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원칙에 따라 헌법적 해석이 우선한다. 국민의 의견 또한 중요하다, Roe 판례를 지지하는 국민이 66%, Roe 폐기에 찬성하는 여론이 34%에 불과하다. 대법원의 Roe 폐기 판결이 있은지 두 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반대의 목소리는 줄지 않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도 같은 목소리다. 의회에서는 Roe v. Wade를 입법할 움직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절대 다수가 원하는 마당에서 의회도 그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Roe 지지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견한다. 대법원의 판시를 의회 입법으로 뒤집은 예가 있다. 긴스버그 대법관의 소수의견이 대법원에서 패한 후 의회의 입법으로 부활한 예가 있다.
Roe v. Wade가 폐기된다는 말은 낙태에 관한 규제가 각 주의 법으로 관장하던 시대로 되돌아 간다는 뜻이다. 낙태를 허용하는 주도 있고 임신 첫 3개월(1st trimester)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주도 있고, 엄격하게 규제하는 주도 있다.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도 낙태를 불허하는 주도 있다.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를 살인으로 처벌할 뿐 아니라 낙태를 돕는 자도 공범으로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켜놓고 오늘을 기다리는 주도 있다.


Roe판례 이전 때처럼 낙태를 허용하는 주로 이동해서 시술하든가 무면허 시술사에게 몰래 하다가 상해를 입는 경우가 재현될 것이다. 의사에게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부모나 남편도 처벌할 것인가? 낙태 약(Abortion pill)을 판매하는 약국은? 낙태를 허용하는 주까지의 대중 교통수단은? 끝도 없는 법적 이슈가 꼬리를 이을 것이다. 한술 더 떠서 피임(Contraception) 약도 금지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불안을 대변하듯이 피임약의 소요가 급증하여 CVS, Walgreen 약국에서는 손님의 구입량을 제한한단다. 식약청(FDA)은 피임약의 우편구입을 허가할 방침을 발표했다. 처방없이 구입이 가능한(Over the counter)으로 재분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낙태를 불허한 대법원에 대처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모양새다.

이렇게 지탄을 받는 판례를 남발하는 대법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을 지명하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의 대통령으로 부터 시작한다. 대법원을 신성하게 보존하기 위해서 본인의 사적인, 또는 정치적 이유를 배제하고 오직 법익(法益)을 위한 마음으로 지명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대통령은 4년, 길어봤자 8년간 현직에 있을 뿐이고 지명되는 대법관은 평생 봉직하는 자리인데 인준하는 상원도 어느 당이 지명하느냐에 따라서 인준여부를 결정하는 부패 한 자세가 자격미달의 대법관을 생산하는데 일조한다.

Roe 폐기의 주역은 트럼프가 지명한 닐 고서치(Neil Gorsuch),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와 에이미 바렛(Amy Barrett )이다. 이들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Roe 판례에 대한 물음에 하나같이 정립된 판례로 존중한다고 답했다. 선서 증언이었다. 트럼프는 Roe의 폐기에 만족한단다. 공화당 상원의원 미치 매코넬과 수잔 콜린스는 청문회때 솔직 하지 않은 답을 믿고 인준한 걸 후회하며 속았다(Mislead)고 회고한다.
국민이 추앙하는 대법관을 지명한 대표적인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이다. 상원에서 전원, 또는 90% 이상의 동의로 인준된 대법관들이다. 국민은 앤소니 케네디(Anthony Kennedy)와 루스 긴스버그(Ruth Ginsburg) 대법관을 못 잊는다.

대법관의 자격을 논할 때 그의 법적 지식보다 그 사람의 인격을 보아야 한다. 법에 관한 지식 수준은 비슷하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200여년간의 판례, 또는 그 이전 영국 판례가 적립한 법리를 따르기 때문에 대법관과 하급법원 판사의 법리적 지식에는 차이가 없다. 학교에서 법리를 가르치는 법학교수의 의견도 큰 틀에서 그러하다.
법학 대학원 학생이 발표하는 Law Review의 법리를 변호사들의 논쟁용으로 인용하고 법원의 판결문에도 인용할 정도로 법조계가 공유하는 법리는 평준화된 셈이다. 다만 그의 인품이 법조인의 전문성에 얼마나 충실할 사람인가가 그의 자격을 말한다.
청문회에서 위증한 대법관을 탄핵하던가 악취나는 대법원과 앞으로 최소한 20년을 동거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자질은 국민에게 달렸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이인탁 / 변호사/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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