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볼이 우측 러프로 들어갔다. 러프가 그리 깊지 않고, 홀까지 거리가 멀지 않지만 나무 한 그루가 타깃 라인을 가리고 있다. 볼을 페어웨이로 보낸 후 그린을 공략하기에는 1타가 아쉽고, 그렇다고 홀을 향해 샷을 하면 볼이 나무에 맞을 것 같다.
대다수 골퍼가 골프에 입문한 후 볼을 똑바로 치는 것에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 초급자 때는 좌우로 휘어지는 샷을 고민하지만 상급자로 가는 길목에서는 볼을 자유롭게 휘어치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앞서 제시된 상황처럼 타깃을 가린 장애물을 피해 볼을 그린에 올리려면 페이드나 드로와 같은 휘어치는 샷을 구사해야 한다.
■상황을 분석하라
백주엽은 샷에 앞서 볼을 어떻게 칠 것인지 상황을 분석했다. 먼저 볼은 페어웨이 우측 러프에 있다. 볼에서 그린 가장자리까지는 100야드, 홀은 그린 가장자리로부터 왼쪽 사선으로 20야드 뒤에 있다. 120야드에 러프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백주엽은 거리를 130야드로 설정했다.
다음은 타깃 라인을 가리고 있는 나무다. 나무가 멀리 떨어져있다면 볼을 넘겨 치면 되지만 거리가 짧아 여의치 않다. 나무 왼쪽으로 쳐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샷,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샷을 놓고 드로샷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백주엽의 말이다.
“볼을 치기 전에 어떻게 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거리를 확인하고 타깃을 향해 볼을 친다면 뜻하지 않은 실수로 난관에 빠질 수 있다. 매번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샷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처럼 나무가 타깃을 가리고 있는 트러블 상황이라면 이러한 분석이 더욱 중요하다. 나무가 홀을 가리고 있지만 그린 우측 끝이 보인다. 홀이 그린 뒤에 있기 때문에 그린 앞에 떨어진 후 구르는 드로샷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장애물을 피해 휘어지는 드로샷
드로샷은 볼이 오른쪽으로 출발해 왼쪽으로 휘어진다. 훅은 목표 방향을 향해 날아가다가 왼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드로샷은 훅에 비해 휘어짐의 정도가 덜하다. 다만 왼쪽으로 휘어지며 런이 길다는 것은 동일하다. 백주엽은 타깃 라인을 가리고 있는 나무 오른쪽을 향해 다음과 같은 드로샷 어드레스를 취했다. 볼과 페이스는 볼을 출발시키는 타깃 라인과 일직선을 이뤘다. 하지만 양발의 끝이 이루는 라인은 좀 더 오른쪽을 향했다. 흔히 말하는 클로즈 스탠스였다. 백주엽은 “드로샷의 기본은 하체의 회전보다 빠르게 클럽을 인사이드-아웃으로 스윙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볼이 왼쪽으로 회전하는 스핀이 걸려 드로샷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드로샷은 오른발이 핵심이다
드로샷 때 클로즈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스윙궤도, 하체 회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타깃을 향해 볼과 클럽을 정렬했지만 클로즈 스탠스 때문에 몸은 타깃 우측을 향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클럽이 안쪽에서 바깥으로 흐르는 스윙 궤도가 만들어진다. 또한 볼을 보내고자 하는 방향과 달리 몸이 우측을 향해 서있으므로 상체보다 하체의 회전이 느려진다. 하체가 아닌 상체가 리드하는 스윙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그 결과 볼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먼저 인사이드-아웃 궤도로 임팩트 돼 타깃보다 우측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훅 스핀이 걸려 서서히 왼쪽으로 휘어지게 된다. 백주엽의 설명이다.
“임팩트 된 볼에는 다양한 스핀이 걸리게 된다. 일반적인 백스핀은 탄도와 런을 결정한다. 백스핀이 많을수록 볼이 높이 뜨고, 그린에 빨리 멈춘다. 볼을 휘어치기 위해서는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스핀을 걸어야 한다. 드로샷은 체중이 오른발에 어느 정도 실린 상태에서 인사이드-아웃 스윙 궤도로 스윙할 때 볼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스핀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