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 이민법원 실태
▶ 올해 해고·퇴직 25% 달해
▶ 전국서 300만여 건 계류 “적체 시스템 더욱 마비”

전국 이민법원 판사들의 해임과 사직이 급증하면서 업무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뉴욕 이민법원 내부.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근무하던 연방 이민 판사의 25% 이상이 해임되거나 은퇴·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이미 적체된 이민 법원 시스템이 더욱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9일 LA 타임스(LAT)가 보도했다.
LAT는 이민 법원 데이터 분석 기관인 모바일 패스웨이스 자료를 인용해 캘리포니아에서 올들어 이민 판사 35명이 자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기존 132명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이민 법원은 판사의 절반 이상이 이탈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민 판사 노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국적으로 최소 97명의 이민 판사가 해임됐고, 비슷한 수가 자진 사직이나 은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체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백만 건의 사건이 적체돼 재판에 수년이 소요되는 이민 법원 절차를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규모 인력 감소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약화시키는 등 적법 절차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아가 이는 법치주의를 위협하고, 이미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는 이민 법원 시스템의 재판 지연과 사법 공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이민 법원에서 해임된 앰버 조지 판사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민자들이 삶의 방향조차 불확실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라며 “체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정책과 환경이 수시로 바뀌는 변수까지 더해져 그들이 무엇을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 기관들이 점차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민 판사들의 잇단 해임으로 사건 재배당이 반복되면서 법원 내 사건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현재 이민 법원에는 전국적으로 300만 건이 넘는 사건이 계류 중이다. 전직 이민 판사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려는 행정부의 기조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까지 버지니아에서 이민 판사로 근무했던 아남 페티는 신속한 사건 처리와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 권리 사이에는 반드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을 심리할 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 행정부는 오히려 경험 많고 훈련된 판사들을 해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석을 메우기 위해 신규 판사 채용에 나섰지만, 최근 LA와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게시된 채용 공고에서 ‘추방 판사(deportation judge)’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낳았다. 이민판사 노조는 이를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임명된 판사 가운데 상당수가 임시직 군 법무관으로, 전문성 부족과 적법 절차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