敎學相長(교학상장)
2022-07-07 (목)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는 뜻의 이 말은 유가의 경전 중 하나인 예기(禮記)의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말로, ‘배운 다음에 자기의 부족함을 알게 되고, 남에게 가르쳐 본 다음에 어려움을 알게 되며, 부족함을 알면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고, 막힘을 알게 되면 스스로 굳세어질 수 있으니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성장하게 할 수 있다’라는 구절에서 비롯됐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보다 많이 알고 또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남을 가르치다보면 자신이 확실하게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아는 내용이라도 좀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따라서 더욱 생각하고 연구하게 되며 어떤 때에는 배우는 사람의 질문에서 오히려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분명하게 알게 되기도 한다. 즉, 가르치는 상대가 있을 때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과 함께 지적(知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원리인 것이다.
또한 위고문상서(僞古文尙書) 열명(說命)편에 중국 역사상 최초의 성인이라 불리며 공자보다 800년 앞섰던 상(商)나라의 부열(傅說)이 ‘사람이 학문을 함에 있어 배우는 일과 가르치는 일을 각각 절반 할애해야 한다’라고 말하였는데 이 역시 남을 가르치는 일은 자신의 학문을 닦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공자는 논어 공야장(公冶長)편에서 불치하문(不恥下問), 즉 ‘아래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말은 배움에 있어 자존심 때문에 아래 사람에게 묻기를 꺼려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밭 가는 일은 머슴에게 물어보아야 한다’는 경당문노(耕當問奴), ‘베짜는 일은 여종에게 물어야 한다’는 직당문비(織當問婢)라는 말도 이러한 의미이다.
순자(荀子)는 불구편(不苟篇)에서 ‘군자는 능하지 못하면 남들이 알려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으나, 소인배는 능하지 못하면 남들이 깨우쳐 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라고 말했다. 대학 교수라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제자에게 묻고, 대통령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으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부터 배우려는 마음 자세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교학상장의 밑바탕에는 ‘겸손함’이라는 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 당(唐)나라의 학자 한유(韓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아끼는 마음에 스승을 골라 가르치게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스승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 하니 어리석은 일이다’라며 적극적인 배움의 필요성을 지적하였으니 교학상장의 취지와도 상통하는 말이다.
조선시대 1801년 신유사옥(辛酉邪獄)때 천주교인이라는 죄목으로 흑산도에 16년간 유배되었던 실학자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은 어부 장창대(張昌大)를 만나 그에게서 바다의 어류에 대하여 배우고 또 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그에게는 글을 가르쳤다.
정약전은 당시 계급사회의 틀을 깨고 서민인 장창대와 다른 어부들로 부터 바다의 생물에 관해 배우고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학서이면서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자산어보(玆山魚譜)라는 독창적이고 실익이 되는 저서를 내었으니(1814년) 이야말로 교학상장의 위대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