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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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 ‘교환’

2022-06-20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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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자급자족의 경제에서는 어느 한 가지 일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재능을 살릴 방도가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구두 만드는 데 소질이 있다할 지라도 매일 구두만 만들며 살지 못한다. 먹을 것이나 입을 것도 없이 구두만 신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투른 솜씨로 농사도 지어야 하고 옷도 만들어야 할 테니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매우 낮을 것이 뻔하다. 이에 비해 각자 소질에 맞는 일에 전념하고 이렇게 생산된 상품을 서로 교환하는 체제에서는 훨씬 더 풍부한 상품들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이준구, 이창용의 ‘경제학원론’ 중에서)

경제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 ‘교환’(trade)과 생태학에서 사용하는 ‘상리공생’(mutualism)은 그 의미와 용도가 비슷하다. 동아프리카 보란 지역 원주민들은 숲속에 있는 꿀을 채취하기 위해 큰꿀잡이새(Indicator indicator)의 친절한 안내를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관계를 공생 혹은 교환의 관계라고 한다.

보란 지역 원주민들은 꿀을 채취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마다 특이한 휘파람을 분다. 큰꿀잡이새를 부르기 위해서다. 신기하게도 휘파람 소리를 들은 큰꿀잡이새가 사람 앞에 나타나 꿀이 있는 숲으로 안내하기 시작한다. 이 휘파람 소리는 1km 밖에서 들을 수 있어서 꿀 채집꾼들과 만나 동행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큰꿀잡이새는 지혜롭고 민첩하다. 꿀 채집꾼들은 큰꿀잡이새를 바싹 뒤따르면서 휘파람 소리를 내고 나무를 탁탁 치면서 시끄럽게 서로 얘기를 나눈다. 이런 협업 행동을 반복하면서 보란 원주민과 큰꿀잡이새는 숲까지 도달한다.

이 지점에서 꿀벌집이 매달려있는 나무까지 가는 동안 큰꿀잡이새는 매우 특이한 높은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따르는 보란 원주민들은 바싹 뒤 따라 가면서 서로가 공생의 관계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마침내 벌집에 도착하면 큰꿀잡이새는 벌집을 마주 바라보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큰 소리를 낸다. 그 다음에는 벌집위를 원을 그리며 날아다닌다.

그 다음 보란 원주민들은 견고하게 지어진 야생 꿀 집을 연다. 이때 큰꿀잡이새들은 떼를 지어 날아와 꿀을 먹는다. 보란 지역의 꿀 채집꾼과 큰꿀잡이새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생존경쟁이 치밀한 자연계 안에서 공존하고 번영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일 자연생태계 안에 생물 간의 공생관계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공멸(共滅)이다. 공생관계가 결여된 생태계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자급자족의 문명은 공멸을 낳는다. 교환, 공생의 문명은 번영의 길을 연다. 성경은 말씀한다. “너희 중에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하여 아루게 하시리라.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교환하라. 교환하라. 교환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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