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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랑, 천재 피아니스트 조성진

2022-06-01 (수) 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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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태생의 ‘피아노의 시인’이라 일컫는 프레드릭 쇼팽은 세계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피아노곡 작곡가이다. 쇼팽이 왜 세상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음악가였을까. 그 이유는 지병인 폐병으로 오선지에 붉은 피를 토해내면서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고, 39살의 짧은 생애 중에서 죽음을 앞둔 시간 앞에서 오로지 예술혼으로 주옥같은 아름다운 곡을 창작하는데 혼신을 다 바쳤기 때문이었다.
쇼팽이 그의 음악을 완성하는데 제일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은 그의 연인인 귀족의 딸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상드였다. 귀족인 상드의 아버지는 쇼팽과 상드의 결혼을 단호하게 반대하고 상드의 생활비마저 중단했다. 아버지의 폭거에 두 연인은 피아노를 마차에 싣고 파리를 떠나 스페인 마요르카의 빈 오두막집으로 피신한다.

쇼팽은 그 절박한 시간 동안 느낀 고통을 24개의 전주곡(op.28)에 담았다. 상드는 쇼팽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가 사는 오두막집으로 찾아와서 상드를 강제로 파리 본가로 데려가 버렸다. 쇼팽은 상드가 떠난 후 1년이 채 못되어 3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쇼팽의 위업은 살롱음악인 녹턴을 깊고 세련된 장르로 승화시켰다. 쇼팽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곡들을 작곡했다. 폴란드 정부는 쇼팽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1927년부터 시작한 쇼팽 피아노 콩쿠르는 매 5년마다 바르샤바에서 개최되었다. 이 콩쿠르에는 전 세계의 영재 피아니스트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올라 경연한다. 콩쿠르에서 우승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 역대의 우승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피아니스트였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22세의 나이로 동양인 중 처음으로 우승했다. 조성진의 우승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우리는 헤아리지 못한다. 조성진의 음악적 천재성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일화를 소개한다.
세계 3대 관현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인재 등용에 있어서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인종차별이 심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전쟁으로 반러시아의 정서가 전 유럽에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에프가 공연 예정일로부터 며칠 전, 2014년 크림반도 러시아의 합병을 찬성 공연을 한 사실이 발각되어 빈 필하모닉으로부터 해고되었다. 빈 측은 무대를 예정대로 꾸리기 위해 대안을 찾기위해 고민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피아니스트 중에 한국의 조성진이 초청되었다. 빈 측은 동양인인 조성진이 탐탁지 않았지만 쇼팽 콩쿠르에서 당당히 우승한 조성진을 발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계속된다. 조성진이 빈 측으로부터 연락받은 시간은 단 하루 전. 뉴욕에서 비행기로 빈에 도착 공연장에 이르니 연주 준비시간이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연주곡은 어렵기로 유명한 라흐마니노프 작곡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3년 전에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한 적이 있었다. 조성진은 주어진 1시간의 연습시간 동안 침착하게 악보를 읽고 곡을 해석한다.
사실 연주 시간 38분 분량의 악보를 외우고 조성진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성진에게 최악의 순간이 주어졌다. 1시간 동안 악보를 암기한 조 성진은 안정을 유지하며 외우던 악보도 없이 훌륭한 표현력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섬세한 조성진의 연주는 오케스라 전체를 든든하게 이끌어 나갔다. 누가 보아도 불가능한 무대에서 조성진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적같은 연주가 끝나자 음악 홀에 운집한 관객들 모두가 기립 박수를 치며 조성진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5차례의 커턴 콜이 이어지며 관객들은 자리를 떠날 줄을 몰랐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모든 언론들은 한결같이 기적의 연주라고 조성진에게 극진한 찬사를 보냈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과 최우수 배우상을 받은 송강호와 천재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보면서 세계를 빛낸 위대한 한국인의 모습에 감개가 무량하다. 대한민국은 이들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있어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이 합심하여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영재들의 밝은 장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바란다.

<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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