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미확인비행체(UFO)가 진짜 무엇이냐, 우주선이냐 착시현상이냐 운운 하며 400여개의 케이스를 분석하며 토론을 벌이고 미 의회에서까지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그런 것은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끝을 낸 적이 있다. 그래도 아직도 우주선이 있고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꽤나 많은 듯하다.
그런대 확률과 통계의 과학을 믿는 나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이 지구에 왔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속해있는 은하계에는 1,700억 개의 태양 같은 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은하계 같은 천체가 몇 천억이 있다니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는 숫자이다. 그러자니 이 우주에는 지구와 같은 조건의 행성은 아마도 수 만개 아니 수십, 수백만 개가 틀림없이 있을 터이니 생명체가 당연히 있을 터이고 우리 인간과 닮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소위 우주인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어느 행성에서 존재하는 우주인이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는 빛의 속도로 우주선을 타고 이 지구로 온다고 해도 수 만년이상 걸리는 상상을 넘는 거리에 있으니 존재조차 찾기 어려운 우리가 사는 지구를 구태여 찾아 왔으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들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꽤나 많이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 소재는 불시착 같은 것이 가끔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지구에 자원을 빼앗기 위해서라든지 아니면 인간을 노예로 삼으려고 한다는 등의 이유로 온다는 가상이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아주 먼 곳에서 지구에 온 실력이라면 지구의 자원을 필요로 할 이유도 없겠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막말로 그 정도는 공기나 물에서 만들 실력이 있을 것이고 그리고 구태여 지구까지 와서 인간을 잡아서 노예로 삼을 것이 아니라 늙지도 않고 성능이 훨씬 좋은 로봇을 만들면 될 터이니 영화 속에 나오는 가정도 엉터리임이 틀림없으리라 단언한다.
그런데 내가 느닷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조금만 생각하면 이 외계인 영화 같은 것은 황당무계한 것임을 영화 제작자도 알고 있고 또 관객도 엉터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왜 이런 영화를 만들고 또 보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우리의 잠재의식에는 지구에서 약탈과 노예사냥이라는 이야기의 설정의 영화가 엉터리임을 알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 무엇이 있는것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특히 새삼 오늘에 와서 의회에서 떠들기 까지 하는 것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 내심에 잠재하여 있던 두 가지의 공포와 죄의식의 뿌리가 그것을 설명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 공포와 죄의식에 대해서 서구인들은 역사상 무서운 공포의 경험이 있다. 그 공포는 무자비한 살육의 징기스칸의 침략 그리고 무서운 흑사병(페스트) 이다. 그리고 죄의식은 남미에서 원주민 약탈과 대학살 그리고 부수해서 그들이 퍼트린 세균으로 잉카족을 거의 말살한 역사, 북미에서 인디안 학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쇠사슬에 묶어서 끌고 온 일들일 것이다.
그간 그들은 죄의식에서 다소나마 위안을 얻으려는 듯 노예해방도 있었고 찬송가 자비스러운 주 하나님 하며 노래도 불렀다. 또 매년 5월이 되면 아시아 태평양 원주민의 달을 선포하며 그들을 친구로 이웃으로 산다는 제스추어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잔혹과 공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재되어 있는 공포와 죄의식에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히 근래 3년간의 팬데믹에서 그 공포와 죄의식이 더 심화된 것 같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마음에서 탈출하고자 술이나 마리화나 같은 마약의 상습자가 늘어나도 개선을 보이지 않는다. 또 영성을 지키려는 교회도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고 오히려 신도 수가 줄어들고 있다.
근간에 뉴스를 보면 뉴욕의 한 수퍼마켓에서 무차별 총을 쏴서 10여명을 죽이고 텍사스 한 작은 마을에서는 교사와 어린 학생 21명을 죽이는 사건 등 총기 살인이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
나는 두렵다. 중세 사람들은 마녀사냥으로 죄 없는 여인들을 화형 같은 방법으로 죽이기까지 하면서 그들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했었다. 그런가 하면 오늘의 사람들은 그 공포와 불안을 마구 총을 쏴대며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출구를 찾는 것이 아닌가 하며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우리 모두가 이 두려움과 불안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무엇일까 해답을 못 내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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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