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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들고 달려온 격동의 40년 한인섭 전 VOA 국장의 취재파일22

2022-04-27 (수) 한인섭 / 전 VOA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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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를 내려 놓던 날

2006년 3월 30일 워싱턴 미국의 소리 방송국에서 열린 필자의 은퇴 식에는 전례 없이 대통령 직속 미국 방송위원회의 케네스 톰린슨(Kenneth Tomlinson) 위원장이 참석했고 데이빗 잭슨 (David Jackson) 미국의 소리 총 국장을 비롯한 방송관계 요인들과 필자가 다니는 와싱톤한인교회의 김영봉 담임목사와 교우들 그리고 하객들이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그 자리에서 톰린슨 방송위원장은 필자의 은퇴기념으로 성경책을 선물로 주면서 “이것은 내 아들이 해군사관학교 4년 재학 중 사용하던 것으로 졸업하면서 나에게 선물한 것인데 한 국장 은퇴에 어떤 기념될만한 선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아들의 허락을 받고 이 성경책을 증정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경책 표지 안쪽에는 위원장의 친필로 “To my dear friend In Sop Han in tribute to his service to Christ and the Voice of America” (나의 소중한 친구 한인섭에게, 그리스도와 미국의 소리에 바친 헌신에 찬사를 드리며”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톰린슨 위원장은 몇 해 전 부시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방송위원장으로 부임한 후 미국의 소리 각 부서를 돌아보던 중 필자와 첫 대면한 자리에서 “자기가 참석하는 백악관 성경공부 시간에 한 국장이 해외선교를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그 후에도 필자와 마주치면 “예수 안의 나의 친구!” (My friend in Jesus)라며 반가워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국 청사 중앙 홀에 필자의 은퇴 식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강단의 주변에는 나의 40년 방송활동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었고 동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마이크 들고 달려온 격동의 40년이 한 장면 한 장면 필자의 뇌리에 아련히 스쳐갔다. 우직하게 외길을 걸어온 짧지 않은 세월이 내 나름대로 새삼 대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소리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나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수고를 아끼지 않은 미국의 소리 한국어방송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긴 여정을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하며 참아 낸 아내 김희자와 아들 David, 며느리 Joanne, 딸 Jenny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끝>

<한인섭 / 전 VOA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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