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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통일을 두려워하는 북한 지도층

2022-04-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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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들고 달려온 격동의 40년 한인섭 전 VOA 국장의 취재파일21

백남순 북한 외무상(외무장관)은 1999년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필자는 유엔본부에서 백남순 외무상과 단독 회견을 가졌는데 그 회견내용을 아래에 요약한다. (1999년 9월28일 방송)

# 북한이 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하기로 했고 미국이 경제제재를 대부분 완화함에 따라 두 나라 관계가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백남순 외무상께서는 조미(朝美 = 북한과 미국)관계가 앞으로 어떤 진로를 밟을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미국이 지난 17일 우리에 대한 일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것은 조미 기본합의문에 따른 이행조치로서 비록 전면적이 못되고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나머지 제재조치들을 마저 해제해서 신의(信義)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남조선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조미 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우리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조미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일정하게 서 가고 있는데, 앞으로 조미관계가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개선되겠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측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북한과 미국 두 나라 관계가 정상화 되는 첫 번째 구체적 조치는 두 나라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 동안 북한측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를 미루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언제쯤 설치될 수 있을까요?
“연락사무소 설치문제는 그 필요성이 주어진 시점에서 결정되리라고 봅니다. 그 시기는 “미국이 우리에 대한 선의를 베푸는 정도에 따라 결정하게 되리라고 봅니다.”

* 필자 주: 미국과 북한은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에 대해서 1990년대 중반에 몇 차례 회담을 가졌다. 북한측 실무진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미국측 실무전문가들이 평양을 방문해서 연락사무소 설치에 따른 제반 사항, 즉 영사 보호권, 사무실 임대, 사무소 직원들의 행동반경, 통신 과 보안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북한측이 워싱턴의 사무실 임대료가 너무 비싼 점에 난색을 표명하고 미국이 원하는 외교행낭의 판문점 통과를 거부함에 따라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렇다면 미사일의 개발과 수출은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미사일의 시험발사, 개발, 수출은 전적으로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아무 때나 우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시험발사 하는 것입니다. 미사일 개발은 우리에게 가해지는 적대국들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멈출 수가 없습니다.
미사일 수출은 우리나라의 긴장한 외화사정을 풀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그 어떤 국제법상의 의무에도 저촉되지 않는 철두철미 우리의 자주권 행사입니다. 미국이 응당히 보상을 한다면 수출 중지는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계획이십니까?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우리는 일관되게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의 방식으로 통일할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 북과 남은 오랫동안 사상과 제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조건에서 우리는 그 사상과 제도를 용납하는 기초 위에서 어느 일방이 타방을 먹거나 먹히지 않는 방법으로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할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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