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쓸모있는 것만을 사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렇게 구매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서 “쓸모가 없는 물건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아예 관심도 없다. 이러한 인간의 속은 장자의 ‘인간세편 (人間世篇)” 편에 실려 있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
장자가 산길을 가는데 잎이 무성한 나무를 보고도 나뭇꾼이 베려 하지 않자 이 나무는 왜 베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뭇꾼은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자는 쓸모 없다는 이유로 이 나무는 타고 난 수명대로 오래 살 수 있듯이 쓸모가 없어 보여도 실상은 쓸모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오래된 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더 오래 살게 되는 것은 그 나무가 베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 오히려 큰 구실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처럼 반듯하게 자란 나무들은 재목으로 쓰이기 위해 베어져 나갔지만 못생긴 소나무들은 그 자리에 서서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 선산을 지키면서 남아 있음을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습관적으로 쓸모없는 물건이나 쓰레기를 버리곤 한다. 쓰던 물건을 버리면서 그것의 쓰임새 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렇게 우리가 생각 없이 버리는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미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이지만 이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전 세계 쓰레기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의 절반은 재활용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는 매 3개월마다 상업용 항공기 한 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알루미늄도 버려진다고 한다. 또한 이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매년 100 빌리언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고 하니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국인들이 매일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한 사람당 929.9g 정도인데 그중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고, 종이류(28.5%), 화장지(21.1%), 플라스틱 (20.8%) 순이며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53.7%를 차지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한국에서 이렇게 1년 동안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은 1억 4,179만 톤이라고 한다.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음식물 쓰레기는 1만 4,477톤, 연간 570만 톤에 이르고, 이를 처리하는데 연간 2조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의 용도나 가치는 알고 있으나 쓸모없는 것의 가치나 용도는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과학자들이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지혜를 우리의 실생활에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자연과 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명 업체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의 미래 가치를 눈여겨보고 관련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95%를 퇴비, 사료, 메탄가스, 또는 고체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그동안 우리 가정에서 음식 재료로 널리 쓰이던 양파에서 그 겉껍질의 쓸모를 알아내었다. 과학자들이 양파 껍질에 들어있는 유효성분인 퀘르세틴(Quercetin)이 피를 맑게 하고 혈전을 녹여 주는 작용을 하며,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많은 사람에게 성인병 예방을 위한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알게 해 준 것 등은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쓸모없던 것의 쓸모를 아는 지혜, 그리고 그것을 알려고 하는 노력은 소비 만능시대에 사는 우리가 모두 마음에 꼭 새겨 두어야 할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지혜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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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 와싱톤복지상조회 총무>